어쩌다 가족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첫 단편집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설렌다. 책에 꾹꾹 눌러 담은 열정과 더없이 기발한 상상력. 첫 단편집에 담긴 날 것 자체의 가능성이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앞으로 더 멋진 소설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작가의 작품은 SF 페미니즘 소설집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에서 만났다. 당시 그 책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은 '나비의 경계' 였기에 크게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작가가 쓴 마더 메이킹이란 소설은 굉장히 안정적인 문체와 공감되는 이야기로 기억에 남았다. 그런 작가가 가족이란 테마 아래 멋진 7편의 소설을 가지고 '어쩌다 가족'이라는 단편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가족이란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어쩌다 가족이 되어버린 사람들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쩌다 가족이 되었을까? 소설 안에 엿보이는 한국 사회의 그림자와 이면을 유쾌하게 비꼬는 이야기와 엉뚱한 재미를 그리는 캐릭터들. 저자의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족과 현대의 가족, 피로 맺어진 가족이란 관계의 변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정리를 하자면 이유정씨와 최성태씨는 부부였다가 이혼한 후 이유정씨는 빅토르씨와, 최성태씨는 루드밀다씨와 재혼을 하셨네요. 그리고 빅토르씨와 루드밀다씨도 원래는 부부였는데 이혼하고 재혼한 거고요. 맞습니까?”

조사관은 심문하듯 안경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

빅토르만이 한 박자 쉬고 네, 대답했다.

“두 부부가 서로 상대방과 재혼한 셈이군요. 그리고 한집에서 지금 같이 살고 있고요. 우크라이나와 한국, 다문화 가정이네요. 자녀 두 명과 말이죠.”

어쩌다, 가족 중에서

한국 사회에선 집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의 삶에서 뗄라야 뗄 수 없는 공간, 동시에 하나의 자산, 부를 의미하는 곳. 이 집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신축 아파트 청약을 위해 신혼부부 찬스를 쓰기로 한 부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지만, 부정 청약이 너무 많아 집중 단속반까지 생긴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다루고 있다.

“엄마들을 위한 거야. 이걸 맞으면 힘과 인내심이 강해지고 아이를 물심양면으로 챙기게 되면서, 말하자면 헌신과 희생을 하기 쉽게 해주는 거지. 원래는 마더후드메이킹인데 킴이 너무 길다고 해서……”

“마더후드?”

리가 말을 잘랐다.

“당신, 모성이 없는 거 같다며 괴로워했잖아.”

마더 메이킹 중에서

모성은 어머니의 상징이 아닌가? 모성이 없는 어머니들을 위한 마더 메이킹. 그리고 직접 자신에게 실험을 행한 남자. 모성은 어머니의 전유물이여 하나? 당연하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의문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한다.

변화하는 사회와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 더 이상 가족이란 이름은 감동과 애정의 단어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일곱 개의 단편집. 특유의 블랙 유머로 사회의 문제점을 풍자하기에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소설은 흔치 않다. 김하율의 소설집에서 보여주는 극적이고 재기 발랄한 상상력들, 앞으로의 작가의 작품에 기대가 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4524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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