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뒷모습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2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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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른 이들이 쓴 다양한 글이 보고 싶어졌다. 마침 다양한 사물에 대해서 글을 쓴 사물의 뒷모습을 만난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다니, 반성과 자기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사, 연필, 새,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글쓰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가냐는 것인데 이건 정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이다.

현대문학에 수록된 에세이들을 모아 엮은 '사물의 뒷모습'은 하나의 사물이 보여주는 이미지적 영감과 문학적 고찰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저자가 미술가이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겠지만, 글보다는 그림이 더 신기하고 매력적인 책이긴 하다.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 이 책의 글과 그림은 하나의 사물에 대해 다양한 영감과 상상력의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비슷한 작품으로 시인들이 자신이 애정하는 사물들에 대한 에세이를 쓴 당신의 사물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없어지면 없는 대로 살고. 자꾸 달아나는 것들을 달아나도록 놔두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상자와 서랍을 더 많이 만들어서 그들을 그 안에 가두기보다는, 할 수만 있다면 수도승들의 단정한 생활을 따라 해봐야 한다. 때가 되면 부르지 않아도 어느새 피는 꽃들처럼 사라진 것들은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니, 지금은 어지러운 책상 위를 깨끗이 치우고 언제 쓸지 모르는 잡동사니들을 내다 버릴 시간, 내가 먼저 그들로부터 달아나야 할 시간이다.

물건들 중에서

달아나는 사물들이라니, 정말 우리집에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발이 달린듯 하다. 사라졌다가 어느순간 나타나고, 고개를 돌리면 다시 보이지 않는다. 그냥 청소를 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지저분한 책상을 이렇게 멋스럽게 표현하다니, 헌데 읽으면 읽을수록 부끄럽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삶의 이면, 어느 한 지점에 다다른 고수들은 하나같이 철학자가 되는 듯 하다.

괜찮다는 말, 어쩔 수 없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그래서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니 어설픈 위로 따위를 듣지 않겠다는 말. ‘살다’ ‘살아오다’ ‘살아가다’ ‘살아내다’ ‘살아남다’가 아니라, ‘살아버리’고, ‘살아치우’고, ‘살아 없애’는 삶, 그래서 결국 삶 속에서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그런 삶.

살아지다 중에서

삶 속에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이 문장을 읽을 때 마다 삶 속에 녹아내리는 사람의 잔상이 조금 호러스럽게(?) 떠오른다. 아마도 저자는 충실하게 삶 그 자체의 삶,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올곧은 시선으로 집중하는 삶에 대해 쓰고 싶은 듯 하다.


말도 못하고 생각도 하지 않는 사물들이 전하는 사유.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그들이 전하는 에너지와 삶에 대한 자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그것은 저자가 전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자연의 미묘한 움직임과 사물이 전하는 기다림의 지혜, 우리가 잊고 있던 생의 가치를 사물들은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물의 모든 형태와 구조, 기능은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듯한 책.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29989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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