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녕 지음 / Storehouse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뭘까 이 소설은. 던지는 문장 하나하나가 발칙해서 서늘하기까지 한 소설. 보수의 중심이자 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대구의 집값은 아이러니하게 연일 치솟고, 집이 없어 떠도는 아이와 아버지는 찜질방에서 하루하루를 지샌다. 목욕탕에서 익사한 아버지와 사라진 대구 바다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서늘함. 찡그린 인상에 아직 그것도 몰랐어?라고 되물어 오는 소설. 안다고 모른다고도 답하기가 어렵다. 주변에 비슷한 사건이, 오늘 저녁에 틀 뉴스에서도 비슷한 기삿거리가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궁금하지 않습니까?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말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이곳에 가장 먼저 온 누군가는 왜 하필 여기서 멈췄을까요?"

냉탕에 백룡 중에서



사람이란 게 참 잔인하구나.


위 한 문장이 진하게 남는 소설. 아버지와 아들은 어째서 대구로 가야 했을까. 대구 목욕탕에 아들을 남겨둔 채 일을 가던 아버지. 대구 바다를 벗어나고 싶어 전 재산으로 원룸을 얻었지만, 결국 돌아온 대구 바다. 그리고 그곳 대구 바다에서 자살한 아버지.


아버지는 대구 바다를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대구 바다를 벗어날 수 없었다. 대구 바다가 사라진 것은 그 자리에 거대한 쇼핑몰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삶을 잡아먹은 장소가 또 다른 자본에 의해 사라지는 잔인함.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 다행이야라고 몇 번을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현실에 떠다니는 또 다른 잔인한 비극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단다."

낀 중에서


너무 당연하게 익숙한 이 한 문장이 20대 친구들에게는 무엇보다 잔인한 칼이 될 수도 있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지만,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꼰대가 되어 버린 걸까.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의 행동이다. 교정기와 시금치의 상관관계라던가, 그로 인한 퇴사라던가(주인공은 식당에서 시금치를 주지 않는다고 퇴사를 한다? 힘들게 면접 보고 들어가서 왜?). 마지막에 교정기를 떼게 된 이유는 대체 뭔지, 유언 같은 한마디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더 이상 취업을 하지 않게 되어서 남긴 말이 유언이라는 건지.


누가 이 작품 해설 좀 해주세요.



"죄송합니다만,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 세상에는 비버가 중에서


정치를 통해 세상이 바뀔 거란 신념, 하나의 정권이 사라지면 신세계가 펼쳐질 거라 믿었던 꿈은 산산이 조각난다. 그리고 어느 날 출근을 못한 남자는 반성문을 쓰게 되는데, 그 이유가 참 그렇다. 그는 맨홀 아래의 세상을 만났다고 주장한다. 정말 뜬금없게도. 더 아래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산다는 지옥을 만난 남자는 지금 이 세상이 천국일지도 모른다고 주장을 한다. 정확히는 기독교식 천국이 아니라 바이킹 식 '발할라'를 얘기는 하는 남자가 말한다.


천국에서 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남자는 자본주의에 안착을 했고, 자본주의에서 도태된 나는 지하세계로의 전투를 떠난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지하 세계는...






발칙한 소설.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평가하자면 그렇다. 현실과 자본주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굴리고 뭉쳐서 만든 소설을 읽고 있자니 작년까지 읽은 힐링 물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엄혹한 시절 우리는 치유받고 싶어 했다가 이제는 현실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독소와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읽고 있으니 박민규 작가의 소설 '카스테라'가 떠오르기도 한다. 능청스런 독설 뒤에 숨은 서늘하게 떠다니는 블랙유머들. 웃고 싶지만, 웃을 수가 없는 아픈 현실들을 되짚는다.



작가의 상상력, 재기와 독소,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까지 모든 것을 응원한다. 딱 한 가지 소설을 읽으며 느낀 점은 너무 급하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독자를 이해시키며 조금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는 있을 듯하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27229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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