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인 '다른 세계에서도'는 낙태죄의 헌법 불일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 실린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라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가족을 바라보는 의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윤리적으로 부각될 문제들을 수면 위로 띄워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도 하고, 옳고 그름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작가가 내놓은 첫 번째 작품집은 사건이다. 이 작품집은 새로운 계보의 리얼리즘을 촉발할 것이다." 박민정 작가의 평은 문단에서 보석 같은 작가를 얻었음을 뜻한다. 앞으로도 작가의 책을 주목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이 말하는 사회적 문제는 결코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기에 이야기는 더욱 깊게 가슴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