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과 표지부터 눈길이 가는 책이다. 소곤대는 사람들, 어긋나는 그들의 대화, 그리고 어느 과거. 그 과거는 어떤 현재를 이야기할까.

과거로부터의 구원, 혹은 후회는 오늘을 사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하는 뒤표지와 달리 대화를 통해 소환되는 과거는 하나같이 서늘하게 현재를 찌른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 그래서 더 무서워지는 책.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나오키상과 서점 대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 작품성이 있는 책은 어렵다는 편견과는 달리 읽기가 쉽고 주제의식도 명료해서 좋았다.

첫 번째 이야기_ 내 것으로 하기엔 부족했던 그 남자의 결혼_ 동기 나베의 신부

모두에게 친절했던 동기 나베, 너무 편해서 남자로 조차 느껴지지 않는 남사친. 결혼 소식에 대한 놀라움도 잠시, 친구의 약혼녀는 어딘가 이상하다. 친구들의 험담 속에서 소환된 과거는 어디서부터가 진실이며 거짓인지 알기 어렵다. 주인공의 혼잣말과 나베의 말 파편 속에 느껴지는 현재의 진실은 과거의 비난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째서 계속해서 남을 비난하는 걸까. 이상하지만 누군가의 일상을 옮겨 놓은 듯한 이야기는 낯설지 않아 더욱 스산하다.

두 번째 이야기_ 두 사람의 기억 중 어느 것이 진짜?_ 돋보이지 않는 아이

유명 아이돌이 되어 찾아온 제자,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뜻밖의 말, 뜻밖의 기억. 서로 다른 기억이 엇갈린다. 서로가 생각한 것만 기억하는 두 사람. 어느 것이 진짜일까. 나는 그저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를 지지했다고 기억하는 걸까. 아니면 나를 미워하는 그가 기억을 곡해한 것일까. 기억은 서로를 할퀸 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세 번째 이야기_ 내가 만든 기억과 내가 만든 우리 엄마_ 엄마, 어머니

친구의 성인식 사진과 친구의 기억. 친구가 말하는 사진의 비밀. 어머니가 맘에 들지 않던 딸은 어머니를 극복하고자 한다. 점점 멀어질수록 바뀌는 기억, 바뀌는 현실. 환상과 현실, 미스터리가 기묘하게 뒤섞인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_ 여자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사호와 유카리

두 번째의 돋보이지 않는 아이의 여자 버전. 지역 잡지 프리랜서 기자인 사호는 동창인 히비노 유카리를 취재하게 된다. 학창 시절 엄친 딸이었던 사호와 왕따를 당하던 친구 히비노 유카리. 그 왕따를 당하던 유카리가 성공해서 돌아왔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못된 말을 내뱉는 유카리. 사호가 말했던 한 마디 한마디를 망치로 박는 유카리. 현실과 과거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가.

과거는 복수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 더 스산하고 무서운 괴담. 이야기가 편하고 읽기 쉬워서, 그 속에서 담긴 내용은 너무도 현실적이라 소름이 끼친다. 괴담이란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읽는 동안 지난 과거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들.

편하게 읽혀서 단숨에 읽힌다. 읽는 내내 어딘가 서늘하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기분이다. 한 번쯤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7088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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