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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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어느 날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설정에는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 중 좋아하는 변신에 관한 소설은 캐비닛, 엑스파일처럼 세상의 숨겨진 진실을 담고 있는 13호 캐비닛을 다루는 작품이다. 여기에 쌓여있는 서류 안에는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삶, 도플갱어나 샴쌍둥이 등 환상소설 속에나 등장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사회에서 괴리된 소수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상이 보는 그들과 그들을 통해 볼 수 있는 세상. 이상한 존재들과 폭력적인 세상의 괴리감.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까. 힐링과 따스함이 대세인 듯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모두 더위를 타는 가운데, 마치 남의 일처럼 사무실을 둘러보는 한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를 지켜보는 또 다른 여자. 희진은 조금 특이한 사람 같았다. 사무실 사람들과 친하게 어울리려 하지도 않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상사에게도 화를 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불편했던 가운데, 희진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변하지 않는 체온과 흐르지 않는 땀. 29도라는 숨 막힐듯한 더위에 무언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순간 시간이 멈춘것 같았다. 뭔가 이상하다. 입가엔 맴돌았지만 딱히 나오지 않는 말. 그런 생물이 있었다. 그것을 무엇이라 하더라....변온동물.

그리고 생긴 두 사람 사이의 비밀, 무엇보다도 돌아오는 겨울이 큰일이었다. 변온동물이 된 인경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 씩 준비한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난방 기구를 주문하면서 앞으로를 준비하는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연대.

두 사람의 준비와 함께 돌아온 겨울. 인경은 희진의 도움으로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한다. 그리고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온 인경. 그녀는 돌아오는 봄 눈을 뜰 수 있을까?

여름과 겨울. 따뜻한 두 사람의 연대와 냉정하고도 차가운 사회의 온도가 계속해서 대비되는 책. 그래서 이 책은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한 것 같다.


조금 색다른 두 여자의 로드무비에 가까운 책이다. 나만의 느낌일진 모르겠지만, 페미니즘 연애소설 분위기도 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직장 동료와의 연대를 다룬다. 친한것 같지만 사적인 영역에서 무심한, 거리감과 삭막함의 대상인 회사직원을 연대의 대상으로 다룬 것이 특이하다. 회사 직원과 친구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나에겐 색다른 판타지 소설 같다. 생각해보면 하루라는 시간 중 잠자는 시간, 출근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내 옆의 동료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독특한 설정, 따뜻함이 매력인 소설이지만, 서사의 빈 공간 속 아쉬움이 남는다. 단지 체온 조절이 안 되는 것만 가지고 변온동물이라 판단하고 수긍하기엔 징후가 너무 적었다. 그리고 너무 착하기만 한두 사람을 보면서, 착하지 않은 요즘 뉴스를 떠올리게 된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나, 이 책은 누군가의 변화가 아니라 그걸 이해하고 공감하는 연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에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연대일지 모른다. 그것을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의 온기에도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 변화는 인경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외적으로 변화하는 인경, 내적으로 변온동물 같았던 여자 희진. 연대는 이 두 사람에게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희진의 이 변화가 좀 더 디테일하게 읽혔더라면 좋았으려면, 그 점이 아쉬웠다.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면 읽은 책은, 어쩐지 울버린의 마지막 영화 로건이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슬프기도 아프기도 따뜻하기도 한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단 하나의 감상.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6507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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