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자살했다 -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곽경희 지음 / 센시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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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자살했다. 이혼하기 하루 전날,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 다음날 이혼하는 인생도 기구한데,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더해서 용의자가 된 상황이라니. 충격이 연타하는 에세이였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죽은 남편이 살아있는 가족의 전부가 되는 상황. 과거 내가 했던 하나의 행동들이 내내 남는다. 그때 전화를 받았더라면 무언가 바뀌지 않았을까.

내가 그에게 조금의 희망이라도 보여줬더라면, 그의 고통에 조금만 더 마음을 기울였더라면, 그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었더라면 그는 여전히 나와 내 아이들의 곁에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온갖 후회와 상상으로 나를 괴롭혔다.

그때 그 전화를 받았더라면 중에서

살 사람은 살아야지. 그 삶이 쉽지 않다. 가족의 죽음 이후 그 시간에 맞춰 멈춰버린 듯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수군거리는 것만 같아 사회관계는 더욱 단절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죽어야 할까. 점점 최악을 치닫는 상황 속에서 어긋난 인연들이 점점 틀어져간다. 저자가 최악의 상황을 선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저자에게는 남은 가족들이 있었고, 저자는 상담 센터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사회로 나아가려 한다.

얼마 전에 남편이 자살했어요...... 저 때문인 것 같아요.

웃는 것도 죄가 되는 사람들 중에서

어쩌면 죽음이란 굴레를 인정하고 함께 가는 것 그것이 전환점이었을까. 그렇다면 이 책의 전환점은 이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기 마음속의 감정을 솔직히 꺼내놓는 이 순간.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이유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 의외로 남편이 죽었다는 저자의 상황을 보았을 때 앞으로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았다.

저자는 이후 남편에 대해 생각해고, 그를 이해하게 된다. 진정으로 용서하고 남편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순간 진짜 장례가 치러지게 된다. 고인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족의 슬픔을 보게 된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받은 것이 자신뿐이었을까. 저자는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 그리고 자녀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게 된다. 그간 남편의 죽음에 함몰되어 주변을 둘러싼 가족들의 슬픔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 옆에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직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 인생에는 수도 없는 변수가 있다. 하는 일마다 실패이고 되는 게 없다고 절망하지 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한 일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일단을 살고 볼 일 중에서

이 책은 다양한 굴곡을 보여준다. 이 책의 끝이 해피엔딩이기를 조마조마하면서 봤는지 모른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저자가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마지막에 달하여 저자가 새로운 길을 찾으며 행복한 듯 이야기를 끝맺었으나, 그게 진짜 행복인지 알 수 없다. 삶이라는 게 거짓말처럼 행복해졌다.라고 외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저자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사라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전해주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러한 삶의 연장에 가깝다. 마지막 챕터는 다른 챕터와 분위기가 다르다.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앞의 이야기들의 과거의 불운이라면, 마지막 챕터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이 아니라 무망이라는 말을 심리학을 연구하는 김경일 교수가 말했다. 무망이 절망을 뛰어넘는 건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희망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까지 느꼈던 고통으로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그 짐을 얼마든지 내려놓아도 된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기에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저자의 말이 이렇게 아프게 온 적이 없었다.

포기하는 순간순간마다 막연히 비치는 빛을 쫓아 걸었다는 그 문장이 얼마나 절실하게 와닿았는지 모른다.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나는 어떠한지 되묻게 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3554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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