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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이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빠르게와 느리게 사이, 보통의 속도로 걸어보기
세상엔 빠르다와 느리다만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기자 생활을 했던 저자는 느린 삶을 위해 제주도로 거주지를 옮긴다. 보는 것과 달랐던 치열한 일상. 책을 읽으며 느리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찾아내는 시선, 즐길 수 있는 마음과 나에게 맞는 속도.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이란 그런 것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감성 에세이. 코로나와 태풍이 몰아치고 간 서늘한 마음을 다독이기에 이만한 에세이가 없는 것 같다. 자본주의에서 길을 잃은 나는 작가가 건넨 위로에 흠뻑 빠졌다.


여행하듯, 보통의 속도로 살아보기
시간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자, 많은 것들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책에는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여러 관점들을 제시한다. 절망이 희망이 되기도 한다. 쓴맛 뒤의 고소함과 고소함 뒤의 쓴맛의 차이 차이, 버린 물건들의 소중함, 서투름의 멋. 삶의 미숙함이 여유가 되고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는 삶. 그 차이는 작지만 중요하다.
제주도에 가면 사진도 감성적이게 되는 걸까. 책에 실린 사진들은 하나 같이 감성적이고 매력적이다. 사진을 못 찍는 나로선 이런 금손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예쁜 사진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되는 책. 두고두고 꺼내보게 될 것 같다. 편집과 배치 하나같이 예쁘게 편집되어 있어 더 맘에 든다.
부서진 나뭇가지마저도 감각적이다. 사진을 보고 있자면, 나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사진기 하나만을 든 채로 동네를 돌아보면 모든 사물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코로나 정국이 끝나면 카메라나 휴대폰 하나를 들고 동네를 둘러 볼 생각이다. 동네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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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면 목적지는 도착할 수 있지만, 주변 풍경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삶은 세상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와 빨리빨리 만을 외쳤던 건 아닐까. 바쁜 걸음 중 중요한 것들을 놓쳐왔던건 아닐까. 반짝이는 순간들, 삶의 풍경들 무엇하나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이번 코로나 정국을 거치며 일상과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아마도 정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빠르게 살아가느라 놓쳐버린 삶의 풍광들, 소중해진 일상의 감정들과 아픔들을 보듬을 수 있기를. 지치지 않고 꾸준히 걸어나가는 삶의 속도를 깨닫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