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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행
호시노 도모유키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표지를 보고 블랙 유머가 가득한 소설이라 생각했다. 100% 틀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 이상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 놀랐다. 다양한 소재를 소설로 쓰는 작가의 상상력에 먼저 놀라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 현대 사회의 인간을 정확하게 정확하게 파악하는 관찰력에 감탄만이 나온다. 별생각 없이 드리운 낚싯대에 대어가 낚인 느낌이다. 디스토피아적인 근 현대를 그리고 있지만, 곳곳에 작은 희망을 담고 있다.
많은 이야기가 욕망을 소거한 채 자연으로 회귀를 담고 있다. 심
지어 지구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존재도 있다. 우리의 처음이라면 유인원일까... 인류가 발전을 꿈꾸면 해온 일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사악한 인간이다. 나는 남이 좋아할 데라곤 통 없는 그런 인간이다. 내 생각에 나는 간이 안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 병에 대해 조금도 모를뿐더러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읽는 내내 '지하 생활자의 수기'의 한 문장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자조와 독소가 가득하지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어디든 구원이 있다. 이 소설은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되묻고 있다. 자본주의의 찌든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지금을 바꿀 수 있는지.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해 되묻는 작가에게 크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about book
첫 편에 실린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일본의 고령화 사회를 꼬집고 있다. 인간은행 역시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에 가까운 소설이다. 시작된 두 편의 소설로 작가가 사회비판적인 소설만 쓰는 듯했으나 다른 소설을 읽고 나의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스킨 플랜트와 눈알 물고기는 환상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SF 소설 같은 스킨 플랜트는 인간들이 식물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머리에 싹을 튼 인간이 성적인 욕망을 잃어버리며 인류는 평화를 맞이하게 된다. 평화와 함께 종말 하는 걸까. 평화는 다른 희망으로 이어진다. 소설 곳곳에 담긴 희망적인 요소를 읽으면서 극단적인 상황과 문제를 극복하는 힘은 인간 그 안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about 호시노 도모유키
호시노 도모유키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설어 검색을 해보니. 대학생 때 읽었던 '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의 작가였다. 이 책으로 미시마 유키오 상을 받았다. 당시 제목에 끌려 읽었으나, 단순한 내용에 비해 난해한 내용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낭만적인 문장들은 제목과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일본 특유의 잔잔하고 감성적인 문장과 문체를 좋아하면 좋아할지 모르나 추천하진 않는다. 난해한 내용의 충격적 잔상이 남았기 때문인듯하다. 서점에서 간단하게라도 읽고 구매하시길...
다양한 저술 활동과 수상실적으로 유명 작가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극찬했다고 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다양한 설정과 실험으로 임팩트를 남기는 소설이 많다. 이 책을 읽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번역본이 많지 않아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