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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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계속해서 오는 7 8월. 더운 무더운 여름의 분위기가 살지 않지만, 여름 하면 공포가 아닌가. 공포소설을 원래 좋아하고, 팟캐스트를 통해 공포 이야기를 즐겨 듣는 나지만, 여름만 되면 어떤 공포를 읽을지 리스트를 적어간다. 올해 눈에 띈 것은 작가정신에서 나온 신간 '이사'. 먼 곳의 기괴한 공포보다는 우리의 삶과 가깝고 일상과 관련된 공포가 현실적이고 무섭기 때문인듯하다.

문, 수납장, 상자, 벽, 끈 등 짧게 이어지는 단편들은 일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재들이라 으스스 한 기분이 들게 한다. 공포의 소재들은 눈에 보이는 사건들이 아닌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소문들. 누군가가 죽었다는 집과 살인자가 살았던 집이라는 이야기는 화자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으나 그 실체가 분명치는 않다. 그런 소문들은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진다. 마치 전염병처럼.

집에는 많은 이야기가 쌓인다. 이사는 그 쌓여 있는 이야기들을 환기시키는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것이 밝히고 싶지 않은 추억이라면, 혹은 누군가의 죽음과 관련된 추억이라면. 몇 년간 두 번의 이사를 거쳤기에 더욱 공감이 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소설 '이사'였다.


"이를 어째. ……살았나? ……아아. 아마도 죽었나봐."

죽은 것은 누구? 이야기 속의 누군가, 아님……. 책 곳곳에는 닮은 듯 닮지 않은 소문과 이야기들이 복선처럼 이어져있다. 조각들을 맞추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며 더욱 무서워지는 소설 '이사'. 마치 전염병같다. 출구가 없는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것이 더욱 무섭다.


역시 여름엔 호러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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