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과 책 - 영화탐문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6년 6월
평점 :
김유태의 《밤과 책》은 낮의 텍스트가 영화라는 밤의 스펙터클로 이행하며 만들어낸 기묘하고 매혹적인 탐문의 기록이다. 저자가 조심스레 펼쳐 보이는 23편의 문학과 영화의 세계는, 활자의 낮을 지나 스크린의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은밀한 대화처럼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는 아주 흥미로운 우연이 동행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소개하는 23쌍의 이야기 중, 이미 책으로 접한 것은 정작 영화를 보지 못했고, 반대로 영화로 만난 것은 원작 소설을 비껴갔던 것이다. 한쪽 날개로만 날아온 기억들이 저자의 유려한 안내를 받으며 비로소 온전한 한 쌍의 새로 거듭나는 경험은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지적 흥미를 자극했다. 원작과 스크린 중 어느 한쪽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글을 읽어 내려가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쪽 면만 알고 있던 세계의 가려진 이면을 새로이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아직 양쪽 모두를 접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 앞에서는 '조만간 꼭 읽고 보고 싶다'는 내밀한 갈망이 피어올랐다.
책은 섣부른 교훈이나 거창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치 소박하고도 서늘한 삶의 단면을 묵묵히 보여주듯, 혹은 어둠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쓸쓸한 실루엣을 가만히 비추듯 조용히 마음을 흔든다. 삶의 비틀린 세밀한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그 심연 속에서 인간에 대한 온기를 잃지 않는 시선이 돋보인다.
원작이라는 낮의 언어가 영화라는 밤의 이미지로 변형되는 길목에서, 두 물결이 어떻게 만나고 흩어지는지 예리하게 포착해 내는 문장들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결국 《밤과 책》은 이미 안다고 믿었던 세계는 새롭게 의심하게 만들고, 알지 못했던 세계는 간절히 열망하게 만드는 기묘한 지도다. 영화와 책이 만나는 그 은밀한 세계 속에서 마주한 삶의 진짜 모습들을 안고, 이제 저자가 펼쳐 보인 깊고 아득한 여백 속으로 기꺼이 걸어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