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이방인의 첫 문장이다. 뫼르소...책을 덮었지만 내겐 여전히 모호한 인물이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슬퍼하거나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의 마지막 모습도 보려 하지 않는다. 다만 엄마가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좋았을거라고 말할 뿐이다.엄마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 여자 친구와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사랑을 나눈다. 자신이 아랍인을 죽이고 감옥에 있을때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검사는 뫼르소에게 당신이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하고 변호사 역시 자신의 말만 하고 있다. 뫼르소는 말한다. 그들은 나를 두고 잘잘못을 따지고 서로 논쟁을 벌이지만 그 속에 정작 나는 없다고.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과장해 불리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검사나 변호사의 제안을 거절한다.과묵하고 소극정인 주인공 뫼르소. 그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무관심하다. 그는 오직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제기하는 질문에 대답할 뿐이다. 그는 적게 말하는 인물이다.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고 타의에 의해 죽음을 맞는 수동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인 관습에 따라 연출하게 되는 일종의 연극, 사회 생활의 필요에 의해 하게 되는 거짓말을 거부한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인정할 뿐이다.1942년에 출판된 책, 전 세계 백한 개 언어로 번역된 책. 책을 덮었지만 여전히 내게 뫼르소는 모호한 인물이다. 그래서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단정짓고 정의 내리는 일에 너무 길들여진 탓은 아닐까? 감정은 스쳐가기만 할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는 어떤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감정틀에 우리가 매몰되어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뫼르소처럼 슬플 수도 아닐 수도, 죄의식을 느낄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