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색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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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진중한 책 사이 그림책 읽기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마음이 간질거린 시간이었다.

아이의 삶에서 소년이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 권의 그림책이면서 한사람의 일생을 담고 있다.

두 면을 가득 채운 그림에 글은 한 문장이다. 그것도 때로는 지극히 짧은. 말을 아껴 그림을 돋보이게 했지만, 글이 품고있는 의미가 결코 얕지 않다. 글이 있어 그림이 더 곡진하고, 그림이 있어 글의 의미가 더 돌올하다.

작가는 아이의 삶에서 "하지만 당신이 그 시절에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와 기나긴 삶에서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를 반복한다. 결국 이 문장에서 울게 된다. 사랑받았던 느낌보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느낌에 갇혀 우리는 오래 아파하고 오래 방황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긴 삶의 여정이 순간이었음을, 그 여정 속에서 악착스레 쥐고 있었던 그 모든 것들도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 순간 미련과 후회 대신 삶의 모든 순간을 사랑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삶일까?

여전히 고통과 아픔 대신에 행복과 평온을 갈구하는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로 살고 있다. 앞으로 맞이해야 할 생도 지나온 생처럼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절망적이고 때로는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책에서 말하는 마지막 문장처럼 살아야겠다. '삶의 모든 색'을 사랑해야겠다. 윤동주 시인이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했듯.

저마다의 색을 가진 삶의 구간구간들, 경험들, 사유들, 눈부시고 경이롭기도 하고 부끄럽고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그 모든 순간이 우리다.

가을빛이 무장무장 깊어지겠다. 삶에 대한 우리의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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