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곽재구의 신新 포구기행
곽재구 지음, 최수연 사진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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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속도감 있게 읽어야 하지만 어떤 책은 조금씩 읽는 게 더 좋다. 이 책은 후자다. 이 책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나,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에 한두 챕터씩 아껴 읽었다.

'생의 여울이 한없이 궁핍할 때 찾아갈 그곳'이라는 부재가 붙어있다. 살면서 포구 여행을 갈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이 느끼는 포구를, 시인이 만나서 사람을, 같은 시선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읽었다.

포구는 떠나고 돌아오는 곳이다. 곽재구 시인은 포구의 풍경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고,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가 있다.

2014년 11월 달력이 걸린 폐교를 함께 거닐고, 돌담 사이 바람의 통로를 만난다. 고향을 떠나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폐교가 된 학교에 책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이의 삶을 만나고, 아들 내외가 오면 쓰는 방을 하룻밤 여행객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배에서 처음 만난 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줄 테니, 밥을 줄 테니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시인은 길 위에서 스무 살의 자신을, 서른 살의 자신을 만난다. 삶이 바다와 길 가운데 자리한 작은 포구마을의 불빛이라 말한다. 그 불빛을 따라 시인이 걷는다. 그 길을 자연과 사람과 시가 동행한다.

포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떠나는 이에게도 돌아오는 이에게도 불빛을 건넨다. 포구의 불빛이 따듯한 이유일 것이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과 인연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때로는 타인처럼 낯선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 여정 속의 너와 나, 그리고 당신의 삶이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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