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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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제주 강정마을 사태가 떠올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떠올랐다. 전두환과 그의 아내 이순자가 소설 속 전 대통령 부부와 너무 똑같아 놀라울 정도였다. 가만히 보자, 우리나라 소설이 아닌데도 정치적 환경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다니. 선과 악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고 있구나. 정권 유지를 위해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사상범으로 몰아 모질게 학대했던 우리나라의 현실이 소설 속 세계와 매우 흡사했다. 우리나라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한 위대한 나라이다. 하지만 독재의 횡포를 겪었음에도 또 똑같은 정당을 여당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러니함도 존재한다. 국민의 반이 또 그 정당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신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가진 자들 배만 더 불릴 뿐이다. 재벌의 이익을 위해 저소득층의 노인들이 소중한 한 표를 선사한다. 우매한 저소득층들은 그렇게 다시 한번 재벌과 부자들을 위한 정당에 자신의 한 표를 기꺼이 던진다. 독재의 향수를 떠올리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평화로운 섬에 정착해 살던 사람들도 전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까진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의 행동을 보며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그들의 행태는 흡사 전두환과 그의 아내 이순자를 떠올리게 했다. 책 속의 전 대통령이 수천 년 전부터 섬에 정착해 평화롭게 살던 갈매기를 학살한 모습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전두환의 만행을 떠올리게 했다. 전두환은 죽기 전까지 끝끝내 자신의 행동에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천수를 누리고 갔다. 그의 육신은 이 땅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영혼은 부디 하늘에서 심판받기를...

 

전두환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행한 만행을 증언할 이들은 정녕 없는 것일까? 학살의 현장에서 전두환의 명령을 이행한 이들은 그 당시엔 젊은 나이였을 것이다. 그들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일 것이다. 시간은 흘렀고 그들도 이제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 되어 있을 텐데.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죽기 전 일말의 반성을 하고 죽기를...

모든 악은 악행에 눈 감은 자들과 악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고 추종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번성할 수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에 축복을.

죽어가는 것에 생명의 숨결을.

나고 죽는데 모든 것에 평등함을.

너와 나 오리 모두가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를.

어느 하나 생명 앞에 중하고 덜한 것은 없다.

너의 생명이 소중하듯

이 땅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다 소중하다.

 

쌔근쌔근 자고 있는 나의 반려견을 보니 동물에 대한 애틋함이 밀려온다. 생태계를 교란시킨 대가가 무엇인지 소설은 처절하게 드러낸다. 

 

자신의 알을 지키려 도망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 학살의 현장을 마주할 수밖에 없던 갈매기들의 애환이 오롯이 느껴져 한동안 가슴이 저려왔다.

 

소설은 침묵하고 동조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선과 악, 누구도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 도 있다. 

 

p.263 그날 밤 자네는 내러티브 아트에 관해 내가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했었어. "심리, 성격, 인간관계는 신경 쓰지 말고 행위에서 나오게 해야 해. 아름다운 단어나 강한 의미를 담은 단어를 써서 수려한 묘사로 등장인물들의 상태를 묘사하려고 하지 마. 자네는 행위를 묘사하면 돼. 나머지는 독자들이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완성할 거야.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게 말했어."

 

주인공이 소설가와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소설을 쓰는 기법을 배우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소설이나 동화,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는 이 소설 속 이야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팁들을 배울 수 있었다. 

 

몇몇 부분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던 것은 소설 속 현실이 마냥 픽션으로만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현실은 오히려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 끔찍할 수도 있으니. 

 

몰입감이 뛰어난 소설이었다. 소설을 다 읽고 한동안 먹먹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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