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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커커 지음, 채경훈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1월
평점 :
바빴던 일상으로 인해 잠시 멈췄던 도서 서평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하려 한다.
특히 열심히 책을 읽고 또 읽었던 올해가 끝이 가는 와중에 잠시 서평을 멈추게 되니 자연스레 도서와 멀어졌다.
정처 없이 걷다 들어가던 서점에도 한동안 발길이 뚝 끊겼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간 나도 모르는 새에 수많은 서평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던 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 방어기제인가? 하는 괜한 궁금증이 샘솟게 되는 책을 만났다.
그저 스치듯 게을러져서 그렇다며 치부했을지도 모를 나의 감정을 조금 더 자세히 만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책을 소개해 본다.
[저자 소개]
저자 커커는 심리상담 전문가로 20년 넘게 심리적인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녀가 그간 수많은 상담을 했던 내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방어기제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도서 날개에 설명하고 있다.
방어기제는 쉽게 말해 외부의 공격으로 부터 나를 보호하는 보호막이다.
이전까지는 방어기제가 외부를 배척하는 뉘앙스가 짙어 부정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지금에 이르러는 스스로를 지키는 보호막의 개념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방어기제가 결코 스스로가 부족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단단히 지키고 사랑하는 보호막이 되길 바라며 자신을 둘러싼 문제들 속에서 당당히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한다.
나를 공격하는 세상의 모든 관계를 사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지키는 힘은 외부 세계가 아닌 나의 안에 있습니다.
출처 : 도서 -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p.07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문구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되려 가끔은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있기에 당연하지 않은 것 같단 느낌도 들었다.
예전이라면 당연하다 느꼈을 이 말을 조금 더 묵직하고 고차원적으로 받아들이는 지금의 내가 새삼 신기해진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는 분명 특이 케이스에 속하겠지만 의외로 요즘 사람들에게서 자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왕왕 보인다.
이것은 방어기제가 잘못 표출된 케이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지만, 결과론적으로 나 스스로는 나에게 상처 입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괴롭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최악과 차악 중 차악을 선택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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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이 지나치면 기억상실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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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었을 때 기억에서 그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방법을 택해 현실의 슬픔을 이겨내고자 합니다.
출처 : 도서 -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p.22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인간의 뇌는 일종의 메모리로 과부하가 걸리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들 한다.
패닉도 망각 이전의 위험경보의 하나일 것이다.
사람에겐 분명 잊고 싶지 않은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도 있겠지만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잊고 싶은 기억도 존재한다.
희로애락을 알기에 좋고 싫음이 분명한 것이겠거니 생각이 들지만 아직 엄청난 행복이라거나 지나친 고통을 겪어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는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힘든 현실의 슬픔으로 인해 특정 기억을 잊게 된다면 그냥 그대로 잊어버리게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슬픔과 고통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죽을 만큼 괴롭고 슬픈 기억이라도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죽을 만큼 아파도 꼭 기억해야만 하는 데 머릿속에 과부하가 걸려 잊어버린다면 나는 그 또한 너무 슬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잊어버린 기억이 어떤 기억인지 모르는 것에서 오는 괴로운 또한 분명 있으리라는 걱정의 걱정이 연속적으로 생각이 낫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의 삶에는 마냥 좋거나 마냥 나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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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이용해 타인의 관심을 받는 것이 곧 사람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동정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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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애정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아프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사랑보다 중요한 건 여러분 자신입니다.
출처 : 도서 -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p.97
약한 사람에게 관대해지는 것을 이용해 거짓으로라도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그들은 관심과 사랑에 목이 말라 있으며, 거짓임을 알더라도 거짓 감정이라도 받고 싶어 한다.
어찌 보면 슬프고 참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얻은 어그러진 인간관계는 정상적인 관계로의 회복이 어려움을 모르진 않을 텐데-.
또한 주변에 이러한 사람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대할 때에 매우 조심스러워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도록 하기 힘들다.
불쌍하다 생각하며 한때라도 그들이 원하는 사랑에 비위를 맞춰주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본다.
혹자는 그들을 위해서라면 불편하고 슬픈 진실이라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망각에 관한 이야기에 비추어 본다면 이들에게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쉬이 조언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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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표지에 우리에게 따듯하고도 단호한 위로를 남겼다.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까지 사랑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상처를 주지만 내가 한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세상에 분명 존재한다.
나 역시 비슷한 관계가 있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나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 나를 무의미하게 취급하는 존재라고나 할까?
나를 비즈니스적으로만 대하던 존재였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그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 안달이 나있었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위 문구처럼 내가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힘들지만 관계를 끊어냈지만 그럼에도 가끔 떠오르는 생각에서는 그 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남곤 한다.
내가 다르게 대했더라면 조금은 다른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아마 이뤄지지 않았던 현실이었기에 덧없는 아쉬움이리라곤 생각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종종 떠오르는 것은 스스로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도서와 같이 멘탈, 심리학에 관한 도서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점점 옅어지는 것 같다.
비록 단호해서 되려 마음이 쓰리더라도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서 결코 똑같은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무조건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겪은 수많은 케이스들이 반증하고 있음을 들어 전반적으로 옳은 사고방식을 갖게 한다고 본다.
나는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나에게 있어 생각보다 많고 진중한 무게를 담고 있다.
저자 커커의 이야기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해 내가 바라는 어른스러움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