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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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감시자조말론)가 5살이 되던 해 일어났던 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오래되어 이미 많은 이들에게는 잊힌 그 사고.

 

기억하는 사람은 없는데 고통받는 사람은 있는 그 슬픈 사고

by.감시자조말론

안녕하세요 감시자조말론입니다.

사실 5살 때의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 저로서는 사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크게 와닿는 등의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저에겐 어느 때와 같이 별다를 게 없는 평온한 하루였으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건축학과에 들어가게 되면서 수도 없이 많이 보고 듣고 이야기 나눴던 주제가 바로 이 '삼풍백화점'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그 원인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추측성 주장도 존재하지만 어쨌건 결과적으로는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바로 건설업계의 숙명인 거겠죠.

학업으로 마주할 때보다는 실제 겪었던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씁쓸한 에세이를 마주할 때는 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다른 게 기적이 아니라

이 험한 세상에 우리가 그저 살아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출처 : 도서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p.006

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요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많이 됐던 문구라고 기억한다.

SNS에서 비슷 혹은 같은 문구를 보았던 것 같은데 스쳐가는 말 한마디였지만 알게 모르게 마음의 위안이 되었던 것이 생각난다.

큰 아픔을 겪고 안 겪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저마다의 쓰라림은 다 있을 테니

그저 우리는 살아 숨쉬기만 해도 잘 하고 있는 거라고 괜스레 스스로를 한번 토닥여 보았던 것 같다.


사실 불행의 크기나 빈도는 고통과 비례하지 않는다.

생의 어떤 불행이든 그 일을 이해할 수만 있으면,

설령 전쟁이라 해도 잊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왜 일어났는지, 대체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 불행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하는 사건이 된다.

출처 : 도서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p.045

뭔가 저자가 "나보다 불행한 사람 있으면 나와봐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쩜 그리고 슬픈 일들이 저자에게 한 번에 몰려오나 모르겠다..

 

사람의 감정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벗어나면 종종 그 감정에 고장이 생기는 모양이다.

내가 힘든지, 어디가 아픈지, 행복한지 과부하가 걸리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들 한다.

아파도 아픈 질 모르다 보면 아픈 게 곪고 곪아 커지고 터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저자는 힘겨웠지만 보란 듯이 잘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나아가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응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기억에서는 잊힐 수 없는 일들이겠지만 앞으로 용기 있게 나아가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다음에는 내 차례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중략)

누군가의 희생으로 늦게라도 외양간이 얼추 고쳐진 덕에

우리가 전보다 안전한 세상에서 사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출처 : 도서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p.131

그렇다.

현재의 법적이 규제나 제대들 역시 과거의 어떠한 불합리하거나 희생된 사례들을 토대로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을 것이다.

여전히 허술한 부분이 존재하고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존재들이 있음에도 바로 개정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인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그 개정하는 행위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삼풍백화점 사건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불합리한 일들이 언제 내게 찾아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어차피 언젠간 나도 그럴 거..!'라는 생각보다는 '언제 올지 모르니까 준비하자!'라는 마인드로 보다 삶을 더욱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때론 주변에서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묻고는 하는데, 사실 딱히 명확한 이유는 없다.

그렇지 말아야 하는 명확한 이유 역시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저 나는 무언가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덜 나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다.

 

무엇이건 간에 결국 성향에 따라 방향이 좌지우지되겠지만 적어도 마음가짐만은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인드를 장착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읽다 보면 그녀의 슬픈 과거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세월호 이야기가 나온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재난을 겪은 그녀로써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화가 날 수도 있다고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종종 그녀의 격한 감정이 느껴지는 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굳이 세월호 이야기를 할까?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삼풍 백화점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세월호가 이대로 묻혀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지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아마 누군가는 심한 표현으로 그녀의 정치 성향을 거론하며 책을 비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읽되 그녀의 성향과 세월호에 대한 의견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이 도서를 추천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인 분들께는 굳이 이 책을 읽을 시간을 보내고 화를 얻는 것은 지양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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