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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별 - 가장 낮은 곳에서 별이 된 사람, 권정생 이야기
김택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평소에 어른을 위한 동화라든가 인물 에세이 유의 책은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일단 표지가 예뻐서 눈이 갔다. 그리고 권정생이란 분을 잘은 몰랐지만 기사 같은 데서 종종 보면서 기억에 남았던 터라 어떤 분인지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슬픔이 많아도 되나 싶었다. 뻔한 감상이겠지만, 사소한 일들로 쉽게 슬퍼하고 마음 약해지는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다 읽고 나서는 또 한 번 부끄러웠다. 한 사람의 삶이 그 자체로 이렇게 감동스러울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 분의 삶도 슬펐고, 이야기도 슬펐지만 다 읽고 나면 어쩐지 마냥 슬프지는 않았다. 그 모든 슬픔과 몸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맑았던 삶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평생 오줌통을 달고 살아야 했고, 글을 쓰고 나면 며칠을 앓을 만큼 몸이 아팠음에도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들을 돌보기 바빴던 사람. 슬프고 아팠지만 그보다 더 건강하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보다 결코 불행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성자’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또 하나 놀랍고도 존경스러운 것은 자신이 믿는 바를 그대로 살아낸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마당의 풀 한 포기도 뽑지 않고, 이불을 파고드는 생쥐를 내쫓기는커녕 친구 삼고, 인세로 번 많은 돈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여전히 가난하게 생활했다는 이야기 등...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삶이다. 뭐든 생각은 할 수도 있어도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내 경우 나름대로 환경을 생각해서 실천한다는 게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정도인데.
새마을운동 때 예배당의 나무들을 모두 뽑아내려 하자 권정생이 마지막 남은 대추나무 한 그루를 끌어안고 제발 베지 말라며 우는 장면이 있다. 우리들은 같은 사람의 아픔조차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데, 그는 나무 한 그루를 지키기 위해 울고 있었다. 아마도 그 자신이 누구보다 많이 아팠기에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이처럼 맑은 마음을 지녔기에 나무의 아픔까지 제 아픔처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리뷰가 다소 두서없지만,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제대로 설명이 안 되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기에는 내 언변이 못 미치는 것 같다.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김대중 자서전>을 집필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한 분의 존경할 만한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신뢰할 만한 저자가 썼다고 하니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