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그 적들 -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아는 사람이 추천해 줘서 읽게 됐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제목이지만 막상 펼쳐보면 술술 읽힌다.
읽으면서 내내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품과 외모 등 눈에 보이는 허식에 집착하고, 집에 집착하고, 돈에 집착하고, 자식 교육에 지나치게 열 올리고, 그래서 아이들은 점점 폭력적으로 되어 가고 노인들은 소외되고 가족은 해체되고...

현상만 보면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책에는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과 진단이 담겨 있다. 물론 심리학자인 저자는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이를 풀어낸다. 그중에서도 ‘콤플렉스’라는 분석심리학의 개념을 키워드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집단 콤플렉스들을 짚어낸다.

특히 책에서 일관되게 지적하는 것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한국인의 특성이다. 안 그런 사람도 물론 있지만 ‘남한테 꿀리지 않게’, ‘남 보기에 번듯하게’에 목숨 거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한의 사회에서 욕망의 사회로 변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문제는 그 욕망이 진정한 내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융 심리학의 궁극적 목적이기도 한 ‘개성화’다. 개성화란 ‘주변 상황이나 집단적인 흐름 또는 대세에 동조하기보다는 참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갖고, 자기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가치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그 가치대로 사는 것. 타인에 의해 주입된 욕망 때문에 앓고 있는 지금 한국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이러한 해결책이 너무 뻔하거나 착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이 바로 이 개성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두가 똑같은 성공을 좇아 애벌레 기둥을 오르려고 아등바등하지만 않아도 지금처럼 다들 아프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나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라고,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한국 사회의 여러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성형을 하거나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은 아니니까. 허식이나 성공에 대한 콤플렉스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흔히 이야기하는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내 또래에 비해 이룬 것이나 가진 것이 없다는 점을 점점 의식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삶, 행복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 보는 중이다.

책에서 쓴 표현대로 ‘모두 아픈 대한민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전 세대가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요즘이다. 서로를 탓하고 욕하지만 말고, 이런 책을 통해 한 번쯤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돌아보고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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