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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이 책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었던 저자가 아들과의 대화 형식을 빌려 세계 기아 문제의 실태와 구조적 원인을 피력한 것이다.
저자는 기아 문제를 자연재해가 아닌 '구조적 모순'으로 규정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강렬한 메시지 이면에 담긴 지나친 이념적 편향성과 서술 방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주요한 서술적 및 논리적 한계를 열거하면 이런 것들이다.
1. 지나친 구조론적 접근과 책임 회피 (도덕적 이분법)
모든 기아의 원인을 오로지 '서구 선진국', '다국적 기업'의 탓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짙다. 이는 현지 국가의 정치적 무능, 종족 갈등, 부패 등 내부적 요인을 간과하게 만든다.
빈곤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독재, 내전 등)를 배제한 채 외부 세력만 비난하는 것은 기아 문제의 복잡성을 단순 이분법으로 재단하여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2. 과도한 감성적 서술과 논리적 근거 부족
대화체 형식으로 읽기는 쉽지만, 구체적인 통계 데이터나 객관적인 연구 결과보다는 저자의 경험담이나 감정적인 묘사(예: "살인적 세계질서", "탐욕")가 주를 이룬다.
논쟁적인 사안을 다루면서 학술적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어,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 근본적 대안의 현실성 결여
구조 개혁, 자본주의 체제 변혁 등 거대 담론 위주의 대안을 제시하나, 당장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처방은 부족하다.
뜬구름 잡듯, 이상적 목표에만 집중하여 실질적인 기아 완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결여되어 있다.
이런 류의 책이 대개 그러하듯, 현실적 문제를 선과 악의 단순 이분법으로 처방한 뒤, 해결방안으로서는 악한 세력들에게는 제재를, 선한 세력들에는 자각(혹은 혁명적 결단)을 요구하는 용두사미적 결론으로 귀결된다.
역사적으로 그 실패가 증명된 마르크스식 분노 유발과 적개심에 기대는 처방전.
이 책은 그러한 돌팔이 처방을 남발하는 돌팔이 의사의 또 하나의 부실한 저작으로 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