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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공정무역, 왜 필요할까? ㅣ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
아드리안 쿠퍼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박창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평점 :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공정무역에 회의적이었다. 소비자들이 일반 상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공정무역 상품을 과연 얼마나 사겠는가, 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럴 마음이 있는 소비자는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 텐데, 부자들은 공정무역 상품이 아니라 친환경 상품을 살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관념적 회의와는 달리 공정무역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공정무역은 그야말로 비약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에 공정무역 상품의 판매액은 1조가 넘었고, 매년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태평양 지역에서의 판매액은 2003년에 4400억이던 것이 2004년에는 5700억으로 늘었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외외로 굉장히 많은 것이다.
최근 독일 TV의 한 보고에 따르면 선진국 국민들이 아동노동과 노동자 혹사가 없는 방식으로 생산된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더 지불해야 할 소비자 가격은 40센트, 즉 600원 정도라고 한다. 사실상 공정무역을 실현하는 데 우리가 지불해야 할 추가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제3세계에서 지급되는 임금이 그만큼 낮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무역을 둘러싼 불공정한 세계질서와 제3세계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려줌으로써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해준다. 이런 인식은 세계를 선진국의 눈으로만 보는 잘못된 관점을 교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의 마음 속에 있는 정의감과 연민의 감정을 각성시켜주기도 한다. 즉 공정무역은 타인을 구제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관점과 인간성을 교정시켜주는 교육적 효과가 탁월한 주제인 것이다.
이 책은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정도의 짧은 분량에다 글자도 크고 사진도 많으니 집중하여 읽어나간다면 몇 시간 안에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커피, 초콜릿, 옷, 보석, 농산품, 전자제품 등의 저렴한 상품들 속에 얼마나 커다란 고통과 절망과 비극이 숨어있는지 진정 깨닫는다면 지금과 같은 소비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에 대한 가장 간략한 서술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쉬운 문장에 담아내었다. 우리 나라의 모든 중고등학생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물론 더 자세한 책을 읽기 힘든, 바쁜 어른들에게도 일독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