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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당신을 안고 내가 물든다
문태준 엮음 / 해토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출장을 준비할 때면 꼭 챙겨가는 물품에 책이 들어가게 된 것도 계절이 바뀌는 순리 같은 자연스런 일상의 습관이 되어 익숙해졌습니다.
아마도 바깥일이 많은 직업이 가져다 주는 중요한 혜택을 실감하게 하는 여러 가지 일중의 하나로 책으로 가는 여행을 꼽을 수 있게 될 만큼은 가까워진 것이겠지요 오늘은 여러 갈래의 그 길중에 시로 열려있는 길을 따라 갑니다.
마치 단풍 든 산길을 따라 그 고운 이파리들을 보고 만지고 느끼며 주워들어 책갈피에 끼워두듯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으로 다정함을 가져다 주는 책,
시집 `포옹`을 마주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문태준 시인이 편지 보내오듯 고르고 골라 준 시와 이어 써준 따뜻한 글들이 손보자기마냥 따뜻하게 마음을 덮어주는
그래, 저절로 노을처럼 물들게 하는 책입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중)
대추 한 알 그러할 때 사람은 또 어떨까 생각하고, 사람은 또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담아 생을 빚는가를 생각합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사는데 이게 아닌데/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중략~/그러면서,/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그랬다지요”(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 중)
그 안에 더 깊은 마음, 더 따뜻한 생각 갖고 살아서 서로 기대고 보듬어 아름다운 사람들이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바라고, 그 마음들이 만들어내는 고운 하모니로 조화롭게 지내는 생활도 상상해보게 합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것으로, 내어줄 수 있는 격려, 힘과 웃음으로 소통하여, 서로 소리 내어 북돋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마음을 풀어놓아도 보라는 듯도 합니다.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등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준다”(안도현 시인의 옆모습 중)
이때에는 괜찮은가 거울도 보게 되고 옆의 동료를 들여다봅니다
지은이가 여기서 함께 권하는 오랫동안 바라보기를 실행하자면 쑥스러움을 갖게 하지만 그래도 오래 들여다보기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사물을 대할 때에도 참 좋은 방법임을 알게 됩니다
“사람 인(人)자 하나 놓고 바라보니/내 거기 길게 기울어 서있다/그러고 보면 너도 나도 기대어 있구나
떠서 오갈 때는 하늘로 있고/지쳐 지날 때는 그늘도 되어주고/틈 없이 받치고 견디는 중 / 사이 좋게
어느 날에는/ 버티고 서서/ 나무 목(木)자가/ 되어갈지도 모르는 일
우선은 네 생각이 나/ 사람 인자 하나 놓고 /네 생각이 나 사랑스럽다 /참 유난스럽다”-더불어 나온 자작시
이런 마음 갖게도 됩니다.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그것이 함께 가지는 동료애이며 정일 듯 합니다.
“선배님, 책 좋아하세요?” “요즘 뭐해” 하고 늘 물어주는 선,후배와 동료에게 감사함을 표하도록 때를 알려주고 마음의 자양분이 되어주는 책인 “포옹’을 한번씩 읽을 때 마다 봉숭아 꽃 빛깔처럼 물이 들어서 웃어주고, 손잡아주고, 등 두들겨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살면서 만나는 많은 인연이 실 같거나 칼 같거나, 꽃피듯 오고 꽃피듯 지는 봄날 같거나, 살아가는 날이 가을날 같을 때나 한결같이 이끌어내서는 넉넉하고 느슨하게 따뜻하게 살라고 가르칩니다. 현명한 겨울나기를 배우는 것은 덤입니다.
희망처럼 초록으로만 다독여 주는 봄에 한번, 빨갛게 땡볕이 뜨거운 여름철에 한번, 파란 하늘을 날아가는 가을날에 한번, 그리고 하얗게 눈이 마음의 양식처럼 쌓이는 겨울에 한번 그렇게 읽는 책을 당신에게도 권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래서 당신이 나만큼 이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당신도, 책도 충분히 좋으니까요.
-오래전의 독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