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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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길었던 겨울의 이야기야.
봄이 우리를 잊었나 싶을 정도로 차갑고 시린 날들이었지.
(그림책 본문 중에서)

프롤로그처럼 펼쳐진 문장을 읽는데 제 마음이 확 시려옵니다.
저에게 이번 겨울이 유난히도 시리고 아프기만 해서 일까요?

 

올겨울의 시작과 함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어나던 저는
생애 처음으로 작은 수술을 하러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고
지금은 처음으로 만난 '코로나19'와 열심히 싸우고 있네요.

늘 너무나 건강했고, 씩씩했던 제가 아프니 참 이상해요.
처음엔 그저 몸만 아픈 줄 알았는데, 계속되는 아픈 날들이
결국 제 마음 깊숙한 곳까지 아프게 했는지 마음도 이상합니다.
자꾸만 움츠려들던 마음은 점점 차가워지고, 작아져만 가네요.

봄이 나를 잊었나 싶게 참 차갑고 시린 날들의 연속입니다.
이 추운 겨울에도 과연 끝이 있는 걸까요?
 

📚
봄을 찾아 여행을 하던 아기 새는 무리에서 홀로 떨어지고 말아요.
너무도 지친 아기 새는 작은 집의 창문을 두드리며 이야기했어요.
"잠시 쉬어갈 수 있을까?"

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아기 새와 봄을 찾아 떠납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함께 남쪽 숲으로 향해 갔지요.

소녀와 아기 새는 구불구불한 언덕 사이에서 고양이를 만나요.
봄을 찾으러 간다는 이야기에 포근한 숨을 불어넣어 주었지요.

🔖
"나를 믿어주는 마음으로 자라는 뿔이야. 봄이 오면 순록들은
절벽 끝에 올라 새순을 깨워야 하거든.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해낼 수 있지."

아이와 아기 새는 싱그러운 숨을 건네주는 순록을 만나기도 하고
반짝이는 숨을 모아 나누어주는 올빼미들을 만나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모두의 숨이 일렁이는 순간, 높고 높은 그곳을 향해
차가운 눈바람을 뚫고 걷던 아이와 아기 새는 눈바람 때문에 
순식간에 허공으로 뿔뿔이 흩날려 던져지고 말아요.

모두가 나눠준 숨도, 작은 새도 몽땅 잃어버린 아이는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는 걸까요?

 
-

 
책을 읽는 동안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계속해서 뭔가가
계속해서 터지는 중인 저의 상황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이제 끝인가 싶으면 또 다른 고난이 계속해서 저를 찾아와,
올겨울 들어 전 숨 쉴 틈이 별로 없는 날들 그 자체였거든요.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하지 못한 일에 대한 괴로움과
그긴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 마구 엉클어지고 뒤섞였다는 사실이
저를 계속해서 짓누르고,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어 너무 괴로웠어요.

왜 나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일까? 앞으로 더 얼마나 괴로워질까?
하며 자꾸만 저 자신을 궁지로 물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채웠지요.
부정적인 생각은 점점 더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무척 괴로웠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원망하고 괴로워하며 지친 마음이었던 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에 주저앉아만 있던 저에게,
이 책은, 희망과 사랑, 우리가 서로 줄 수 있는 따뜻한 위로에 대해
서로 보태어주고 걱정해 주는 '함께'라는 응원과 긍정의 힘에 대해
따스한 긍정의 이야기를 건네주네요.
 
다정하고 포근한 마음의 고양이, 진정한 용기를 지닌 순록,
지혜로움을 가진 올빼미, 고요하게 기다릴 줄 아는 눈표범!
희망의 동물들이 건네준 숨방울들이 아이와 아기 새에게
결국은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선물했듯이 말이에요.

때론 다정함도, 용기도, 지혜도, 기다림도 필요한 삶 속에서
조바심 내고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희망을 떠올리고 간절히 바라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시작이라고.
간절히 바라면 분명 봄은 우리 곁에 다가온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채워가기 보다 희망의 숨으로 채워가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채워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춥기만 한 겨울이었지만, 아직 남은 시간들이 있는걸요.
남은 시간을 슬픔보다는 희망과 기쁨의 숨으로 채워보고 싶어요.

함께 응원해 주는 많은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을 깊이 느끼며
다시 한번 믿어보고 싶어요. 기다림 끝엔 분명 봄이 다가온다고.
그리고 희망과 설렘의 숨들로 지금의 빈 공간들을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온 세상은 온통 봄빛으로 물들어갈 거라고 말이에요.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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