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유채꽃 둘레책방 4
정도상 지음, 휘리 그림 / 노란상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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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내일은 4월 3일. 제주 4.3사건이 75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아무 이유없이 제주도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당했으나, 억울하다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제주도민들의 아픈 역사. 이 아픈 역사는 놀랍게도 우리에게 알려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군사정권이 지속되는 오랜 시간 동안 북한의 사주로 의한 폭동이라 규정되며 언급조차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에야 이르러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21년 2월, 무려 22년 만에 마침내 법이 개정되어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굇들으'라는 제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진 제주 4.3의 생생한 현장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솔직하고 생생하게 담은 책 <붉은 유채꽃>.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이야기에서 느낀 아이의 혼란과 부모와 가족, 이웃을 잃어가는 현장을 목격한 아이의 두려움으로 가득 찬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도 내 두 눈도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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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는 유채꽃밭에 엎드린 채 손톱을 물어뜯었다.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P.75)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던 봉달이네 가족과 이웃들은 친일파 경찰부대와 서북청년단에 의해 하나둘 짓밟혀 갔다. 제주의 마을과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스러져갔다. 집에 불을 지르고, 죽창과 나무 몽둥이, 총으로 마구 때리고 죽였다. 빨갱이를 색출한다는 명목하에 마구 저지른 그들의 실제 행태는 아마 책보다 더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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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람은 무슨 사람이에요?"
"엄마, 검은개는 어떤 개고, 노랑개는 어떤 개야?"

아무리 이해해 보려 해도 이해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어른들의 일로, 무자비하게 죽임당하고 고통당한 가족과 이웃을 바라본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동굴로 향해야 했던 마을 사람들, 숨어야 했던 아빠, 지켜야 했던 엄마, 홀로 남은 자신... 아이가 이 많은 것을 어찌 이해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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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는 유채꽃을 따기 시작했다. 피에 젖지 않은 유채꽃을 찾아 미친 듯이 헤매며 노란 꽃을 모았다. 봉달이는 포수 할아버지의 얼굴 가득 유채꽃을 덮었다. 이어 부뜰이와 숙자와 수미의 얼굴과 가슴도 유채꽃으로 덮었다. 나머지 유채꽃으로는 미자 엄마의 얼굴을 덮어주었다. 노란 유채꽃이 금방 붉은 유채꽃으로 변했다. (P.176~7)

쉼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떠나곤 하는 환상의 섬, 아름다운 제주. 그 아름다운 풍경 뒤에 드리워진 역사의 슬픔과 어두운 그림자. 억울함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수많은 제주도민들의 아픔과 슬픈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직도 너무 많이 남은 이야기들이 그들의 가슴속에 꺼내볼 수조차 없는 수많은 상처로 남아있음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미안함을 가지게 되었다.

동백꽃만큼 붉었던 수많은 유채꽃들만큼, 목숨을 잃고 삶을 빼앗긴 생명들이 있었으리라. 살아 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도 살고 있으리라. 나는 제주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고, 조금이라도 더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그들이 미처 말할 수 없었던 그 아픔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꼭 안아주고 싶어졌다. 비록 늦었지만, 미약하겠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위로와 마음을 담아 제주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주고 싶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참혹한 역사의 현장이라 그 묘사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모습이라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다. 어른들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역사, 아이들도 꼭 알아야 하는 우리 역사의 이야기이다. 숨기고 감추는 것이 아닌, 더 잘 알아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진짜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제주의 유채꽃, 그 노란 빛깔이 어여쁜 만큼, 행복과 따스함의 크기만큼 그 아래 숨겨진 아픈 역사의 깊이 또한 깊고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 또한 제주의 아픔을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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