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뷰티 비룡소 클래식 54
애나 슈얼 지음, 루시 켐프웰치 그림, 양혜진 옮김 / 비룡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네 살 되던 해 양쪽 발목을 심하게 다쳤던 작가 애나 슈얼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평생 목발 없이는 혼자 일어서거나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늘 조랑말이 끄는 소형 마차를 타고서야 외출할 수 있던 작가는 쇠약해진 몸으로 집필에 매진했고, 1877년 블랙뷰티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도덕적 교훈도 있으면서 재미도 충만한 책인 <블랙뷰티는 수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사랑받아온 책이다. 말이 짐을 끌고 있었던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사랑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또한 블랙뷰티는 그 후 동물 자서전이라는 형식을 유행시키기도 했으며, 무려 10편의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다.

 
📖
그레이 농장의 훌륭한 혈통마인 더처스라는 말에게서 태어나 깜둥이로 불리며 자라던 블랙 뷰티는 처음으로 섬기게 된 주인 스콰이어 고든의 저택에서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블랙뷰티라는 이름도 주인에게서 받았다. 진저와도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주인의 병으로 대지주가 떠나며  다른 집으로 팔려가게 된다.

술에 너무도 취해버린 루번 스미스는 블랙뷰티의 편자가 헐거워 졌음에도 무시하고 질주했다. 역시나 편자는 떨어져 나갔고, 돌밭을 달리던 블랙뷰티는 발굽이 부러져 속살이 갈라지고 안쪽은 날카로운 돌에 심하게 베어버리며 양쪽 무릎을 꿇는 자세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대로 스미스는 죽고, 블랙뷰티는 마차 대여업자에게 팔린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팔려가며 주인이 바뀌게 된 블랙뷰티. 언제쯤 평온한 여생을 보내게 될까?

 
 
19세기의 영국은 산업화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고 말은 그 주역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말의 노동력은 기계만큼이나 소모적으로 사용되며 모든 운송 수단을 말이 끌었고, 부의 과시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블랙뷰티가 망아지 시절부터 일생을 거쳐 만나온 사람들만큼이나 수많은 노동의 현장들이 나타난다.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말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 또한 날카롭게 묘사한다. 소비적인 존재였던 말인 블랙뷰티가 겪는 다양한 감정 또한 읽는 내내  감동과 공감을 지어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인 말의 시점임에도, 신기하게 공감되는 느낌이었다.

모든 동물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이 동물들에게 대하는 모든 것에 대해 그들은 무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동물 학대가 이어지고, 말 못 하는 짐승이라는 이유로 소비되고 있기는 지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얼마 전 사극에서 말이 달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 아무 죄 없는 말이 희생당해 죽음에 이르렀다던 뉴스의 한 장면이 자꾸만 생각났다.

 

살아있는 생명들을 위한 존중과 배려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역사가 흘러도 변치 않을 진리이다. 1870년대에 출간된 이 책이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도 꼭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생각과 느낌을 나누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존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먼 훗날 동물들에 대한 생각이 1870년과도, 또 지금 2022년과도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지켜여야 할 무언가가 분명히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