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아, 그거면 돼.
비온뒤하늘 지음 / 노네임아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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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난건 어쩌면 운명일까? 선물일까?
충분히 읽었건만 느낀 감정을 글로 옮기기 쉽지 않았다.
책의 느낌을 글로 옮기기 유독 힘들었던 이유는,
아직 푸릇한 이팔청춘 16살인 내 딸에게 
이미 10년 전부터 신장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사랑하는 딸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는,
투석과 신장이식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읽어내기란
사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불안과 공포, 아픔이 아니었다.
희망과 위로, 그리고 용기와 감사를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선물이었다.

 
📖
자유롭고 책임을 가르치는 부모님 덕분에 사랑받고 자란 작가.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데에 있어서 성적은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느낄 만큼 믿음과 사랑으로 대해주시던 부모님이었다.

작가는 중학교 2학년이던 해에, 프랑스로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천국을 기대했던 영국의 대학생활에서 지옥을 맛보았다. 부담을 느낀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방황했고, 도피하고자 술에 의존했다. 그리고 그렇게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몸은 신호를 계속 보냈지만 작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졸업을 6개월 남긴 어느 날 한국에서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계속되는 투석 그리고 외숙모로부터 받은 첫 번째 신장이식,  이로 인해 거부반응과, 면역 체계의 무너짐, 죽음이라는 현실을 코앞에 마주하게 된 현실. 그럼에도 그는 복학을 결정한다. 다시 돌아간 학교는 그에게 이번엔 기적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곳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이 선물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신장은 계속해서 나빠졌다. 암까지 발견된다. 결국 작가는 2차 신장이식을 결정한다. 바로 혈액형이 다른 아버지에게서 말이다. 형의 조언과 아버지의 말씀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고통은 지속되었지만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있었다. 그렇게 큰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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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고난의 길을 걸었음에도 그는 지금 그만의 비전을 실천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식 후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잘 살아가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지난 10대와 20대의 삶을 그대로  마주한다. 기나긴 투병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기나긴 시간이 지났기에 지금의 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열심히 걸어온 삶의 길을 지났기에 지금의 그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고난이 올 것이다. 이미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길이 어떤 길이라도, 그 시간을 견뎌내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지고 충분히 잘했다. 때론 바닥이어도, 때론 막다른 길처럼 보이더라도 당신은 멈추지 않고 길을 걸었고, 그래서 지금의 당신이 된 것이다. 그저 힘들 땐 쉬어가고, 아플 땐 위로받고, 다시 묵묵히 길을 걸으면 된다. 당신은 그대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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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장에 대한 두려움은 나에겐 막연했다. 언젠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큰 아이의 투석, 신장이식 같은 건 모르고 싶었다.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길을 지난 작가의 덤덤한 글 속에서, 그 모든 시간이 지나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는 작가의 말속에서 묘하게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감동을 넘어선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30년 남짓,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작가는 분명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비관하지 않는다. 이 모든 인생의 여정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분명한 뜻과 의미가 있을 거라 했다. 자신의 삶을 곱씹어가는 일련의 글 속에서, 작가는 어쩌면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하며 지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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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하늘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작가의 필명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온 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잔잔하며 고요하다. 전쟁 같은 폭풍과 뿌연 구름이 사라지면 더없이 평화롭다. 이제 전쟁 같은 비구름은 갔다. 작가의 앞날에 잔잔한 하늘이 항상 함께 하기를, 그 평화로움이 앞으로 늘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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