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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소사이어티 -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롤프 옌센 지음, 서정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잘나가는 미래학자, 전략컨설턴트이다. 인문학자라기 보다는 경영컨설턴트에 가깝다는 점이 오히려 책을 선택하는 요소가 되었다. 쉽고 평이하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실용서 다운 책이지만, 사실 내용은 여러 충격적인 비젼을 제시하고 있다.

얼마전 읽은 현대미술 개론서의 한 장 중 '자아와 정체성의 정치학'을 떠올리게 하였다. 모던과 포스트모던 사회를 동일한 관점으로 꿰어내면서 자아, 자서전, 그리고 정체성이 두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관점임을 제시하고 있었다. 신체, 퍼포먼스.... 예술이 새롭게 관심을 보여주는 영역들이었다.

이 책은 두 시기를 연결시켜 보기보다는 분리시키고 그리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사회에 대한 단초들을 모아본다. 하지만, 두 책에서 집어내는 변화의 요소들은 일치하는 점들이 있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90년대 말 우리나라의 광고의 포맷이 급격하게 변하여 왔다는 점이다.

좋은 기능이나 싼 가격이 아니라 분위기와 이미지를 중시하는 광고들. 이영애가 광고에서 호가를 치고 있는 이유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엘지카드 하나를 선전하면서 그녀는 피아노 바이올린 헬스 펜싱까지 온갖 여가를 향수한다. 카드의 혜택이나 타사와 비교한 장점이 아니라 이영애가 갖는 성공한 예쁜 여자의 이미지 그리고 곁들여서 따라오는 문화적 향유를 광고하고 있다. TTL광고도 거기서 멀지 않다...

그런 변화를 고스란히 예고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중심의 산업사회(산업혁명이후)와 지식중심의 정보사회(60년대 이후)를 지나서 이제 이야기, 모험, 친밀감, 관심, 정체성, 평안함, 신념이 중요해지는 <꿈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하는 변화를 아직은 수치화하거나 계량하고 있지 않아서 그 중요성이 덜 느껴지지만, 미래학자인 그의 눈으로는 너무나 분명한 변화란다.

경영 마인드가 넘치지만, 그것이 단지 효율적인 생산성만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특이한 결론들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미래의 예측에 물음표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는 가까운 미래에

- 기업은 부족과 유사해지고, 우리는 산업/정보사회가 너무나 낯설어지는 대신 오히려 수렵채취사회로부터 배울 것이 더 많아질 것이란다. 부족과 같은 기업이란,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일과 여가의 분리가 다른 방식으로 결합되어서 나타나게 되어 오히려 가족이 일의 장애로 여겨질 것이란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힘든 재미를 위한 것...

- 그래서 가족은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애정어린 가족주식회사란다. 종래의 성적역할분담, 재정문제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협상 동맹의 표현이 더 어울리는 집단이 되고 일종의 임무를 공동수행하는 주식회사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랑이라는 종래의 역할도 떠맡아야하고 그 일부는 기업들이 대신해주겠지만.

그의 미래 예측은 사실 분홍빛이 더 크고 그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로의 갱생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 그 변신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확대보다는 매 순간의 선택을 통해서 유연하고 급속하게 진행되는 시장의 혁명속에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에 정치나 시민단체나 윤리 혹은 가족이 담당했던 역할까지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적인 동조는 미루어두지만, 다른 시나리오 보다는 더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옌센은 직선적인 시간에 종말을 고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대한 궁금증과 예측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가속열차를 타고 있는 사회는 어디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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