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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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굉장히 역사가 짧은 학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은 깊이 있는 과학적 탐색을 하기에 앞서

'정신과 질환이 정말 의학적인 병 맞니?'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정신과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뇌 기능이 대조군과 차이가 있다는 여러 연구들은 정신과 질환이 개인의 약점, 치부가 아니라 '뇌의 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는데, 과학자들은 그간 여러 방법론을 통해 이를 증명해왔다.

작가는 그 중에서도 뇌영상 연구에 가장 초점을 맞추어

그동안 뇌과학자들이 어떤 것을 알아내 왔는지, 우리는 현재 얼만큼 뇌를 이해하고 있는지 요약 설명해준다.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적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그간 배웠던 것들을 리뷰하는 하나의 교과서 같기도 하다.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시절에 작가는 본인이 생각하는 뇌 연구의 핵심들을 모아 이 책에 소개했다. 그 어떠한 결론도 나와있지 않지만, 뇌 연구가 얼마나 방대한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를 몸소 느끼고 있는 내가 보기엔 이 책의 일목요연함은 놀라울 따름이다.

뇌 과학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다 보니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뇌 과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의 뇌 과학 전반에 대한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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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신이 선택한 의사 : 더 피지션 1~2 세트 - 전2권
노아 고든 지음, 김소영 옮김 / 해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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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한 사람을 의사로 만드는가?

한 사람의 무엇이 그 사람의 소망을 이루어 주는가?

제목이 거창하게 '신이 선택한 의사'이지만,

영어 제목은 The Physician, 즉 의사이다. (책의 해설에서는 내과의사로 구분한다)

이 이야기는 11세기 초 크누트왕이 영국을 지배하던 당시에

아주 특별한 한 가지 능력을 타고난 남자아이가 의사의 꿈을 품고 여행을 시작해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났다. 그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이 곧 세상을 떠날 운명인지를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오래 일을 하고 많은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경험이 쌓여 소위 '감'이라는 게 생기는데, 소설의 주인공은 매우 정확한 감을 이미 어린 시절 타고 났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롭의 특출난 능력이 그의 성장에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능력이 의미있게 발휘되는 것은 처음으로 롭이 환자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 페르시아에서 이븐 시나에게 어필을 할 때, 그리고 아들과의 유대감을 확인할 때 정도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롭은 이 능력이 없었어도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고 결국에는 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롭을 의사로 만들어 준 진정한 힘은 의사가 되려는 열망,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끊없이 도전하는 용기이다. 그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영국에서 유럽을 횡단해 페르시아까지 넘어갔고, 종교의 배타성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당시에 유대인인 척 행세하며 문화와 종교를 배웠다. 페르시아에서도 아직 그 원인조차 모르는 페스트의 창궐에 뛰어들기도 하였고, 비록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금기인 인간 시체를 해부해 맹장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하였다(픽션이다). 그는 자신이 무지한 것을 견디기 어려워 하였고,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 들었다. 의학 앞에서는 겸손했고, 여러 스승들에게 배우려고 애썼다.

무엇이 한 사람을 의사로 만드는가?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 어려움에 도전하는 용기와 끈기가 타고난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주인공 롭은 이야기해주는 듯 하다. 이는 현 시대의 의사와 예비 의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의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페스트가 창궐한 곳에 파견을 나가는 장면, 그리고 인간 시체를 해부하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그는 죽음의 공포에 맞서가며 페스트에 대항했고, 금기에 맞서가며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복부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체 해부를 감행했다.

그는 벽돌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만큼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늘 안타까워 했다. 이 또한 모든 의사들에게 주는 중요한 메세지라 생각한다.

소설 자체의 호흡이 빠르지는 않지만, 11세기가 먼 얘기가 아닌 듯 느껴질 정도로 묘사가 세밀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편안하게 읽기에(양은 좀 많은 편이다) 아주 좋은 소설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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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죽음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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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 가장 도입부가 강렬한 이야기 중 아닐까한다.

'자신의 죽음을 파헤치는 소설 작가의 혼령'이라는 설정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 자극에 굉장히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사후 세계의 무궁무진함, 현실과 사후 세계의 연결은 많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준다.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뤼시의 모험과 사후 세계에서 뤼시를 돕는 가브리엘의 탐험은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법한 서로의 바람을 마침내는 이루어준다.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두 사람을 이야기와, 결국엔 두 선이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 책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비록 마무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나온 작가의 책들 중 가장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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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의 대화
로저 파우츠. 스티븐 투겔 밀스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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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침팬지는 ‘미지의 약의 도움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지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학대한 인간에 반기를 들고 안식처를 찾아 떠나게 된다...

 

아마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로저 파우츠의 이야기를 먼저 접했더라면 영화를 보면서 ‘약이 없어도 그들은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고 있어’, ‘침팬지를 과소평가 하는군’이라며 코웃음 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로저 파우츠가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들의 안식처를 보호해주는 수문장이 되었을거다.

 

책 ‘침팬지와의 대화’는 단순한 침팬지의 의사소통에 대한 서술이 아니다. 침팬지의 언어능력에 대한 연구를 계기로 맺어진 워쇼와 로저 파우츠의 따뜻한 드라마이자 가족이야기, 현실에 맞선 스릴러이면서도 경종을 울리는 고발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평생을 거쳐 하고 싶었던 침팬지 워쇼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침팬지 전체에 관한 이야기가 할머니가 주신 공기밥처럼 꾹꾹 눌러 담겨져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로저 파우츠의 워쇼에 대한 사랑으로 엮어져 있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푸근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Next of Kin, 번역하면 ‘가까운 친척’이다. 저자는 침팬지를 늘 가족으로 대했고, 침팬지를 향한 그의 애정은 인간 가족을 향한 것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로저 파우츠는 책을 통해서 침팬지가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임을 알리기 원했다. 지구 상에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존재는 침팬지임을, 그들은 우리와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들은 학대받거나 멸시되어선 안될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 책에 쏟아 부었다.

 

로저 파우츠는 책에서 침팬지와의 개인적 교감을 통해 따뜻한 오빠 혹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냉철한 과학자로서 인간만을 우월시 하는 이론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 후에는 뜨거운 운동가의 모습으로 침팬지의 권익을 위해 두 팔을 걷어올린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 그리고 워쇼와 함께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워쇼의 익살에 나도 웃음을 터뜨리고 다른 침팬지들의 비극에 함께 침울해지기도 한다. 마침내는 그들의 희망을 간절히 응원하게 된다.

 

인간은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였는가. 우리만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의 희생을 강요해 왔는가.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내부인과 외부인 - 이 경우, 인간과 침팬지라는 두 종 - 의 임의적인 구분을 바탕으로 하는 도덕률에 따라 살고 있다.

- 침팬지와의 대화 중

 

저자는 인간의 편협함에 날카로운 일침을 날린다.

 

어쩌면 나 역시 비슷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의 공감능력은 동물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능력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워쇼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캣은 워쇼가 새끼를 두 번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워쇼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캣이 워쇼에게 수화로 말했다. <우리 아기가 죽었어.> 워쇼가 고개를 숙여 땅을 보았다. 그런 다음 고개를 들고 캣의 눈을 보면서 눈 밑 뺨에 손을 대고 수화로 <운다>고 말했다.

..(중간 생략)..

그날 캣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만 워쇼는 캣을 놓아 주려 하지 않았다. <제발 사람 안아 줘.> 워쇼가 수화로 말했다.

- 침팬지와의 대화 중

 

재미있는 건 생각이 바뀌고나니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창피하거나 불쾌하지 않다. 모든 침팬지들이 친구가 되어 든든해진 느낌이다. 저자가 침팬지들을 만난 후 얻은 것도 바로 이런 것일까. 아마 단순히 과학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다윈이 옳으냐 데카르트가 옳으냐의 탁상공론은 더 이상 중요한 일이 아니다. 워쇼와 로저는 그들의 삶을 통해 두 종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로저 파우처의 ‘침팬지와의 대화’
교과서 이상으로 유익하면서도 왠만한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하다.

하드커버로 정성스레 엮인 책의 겉모습만큼이나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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