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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시작 했습니다 - 일본의 성공한 케페에서 배우는 카페 창업 Book
오하타 카요코.나리타 하루카 지음, 김동희 옮김 / 페이퍼북(Paperbook)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보통 책의 앞 갈피에는 저자의 이력이나 책을 소개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은 색다르게, 그러나 믿음직하게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무심코 문을 열고 들어갈 것만 같은,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향하는, 그런 행복이 가득한 카페를, 이제 이 책을 손에 든 당신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나는 카페 창업을 목표로 하지 않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다만 카페를 차리면 어떨까? 카페와 함께 하는 사람은 좀 더 여유롭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을 가지고는 있었다. 이 책을 펼친 이유도 그런 기대감이 한 몫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관심이 가고 흥미를 끌었던 것은, 그 문장 속에서 ‘자신만의 카페’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의 삶, 나의 생활방식, 나의 철학, 나의 시선을 ‘카페’를 통해 표현하려는 사람들의 진심들 말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이 속에서 만난 카페들 중 몇 곳을 소개하자면, 나는 가장 처음으로 이곳을 꼽고 싶다. <alii cafe>다. ‘aill’는 팔라우 말로 ‘안녕’이라는 의미인데,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인사를 하는 것처럼 정겹고 따스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자매가 운영한다는 것과 마을의 농가와 계약해 야채를 비롯한 각종 요리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흙이 묻은 상태로 트럭에 실려 오는 재료들, 그리고 그 재료들로 바로 바로 만드는 신선한 음식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다음은 <카페 이카니카>이다. 이곳 주인은 카페 요리에 대해 ‘내가 먹고 싶은 것, 또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 한 마디가 정말 믿음직스럽다. 또 한 번 가보고 싶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공감하고 싶다. 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 아닐까 싶다. 집에서 먹는 요리처럼 익숙하고 (집에서 먹는 요리가 이 카페의 또 다른 모티프이기도 하다.) 옆집 언니와 동네 아줌마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정신없지만 푸근하고. 실례합니다, 와 잘 먹었습니다. 인사와 인사로 시작되고 끝나는 발걸음. 참 즐겁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카페 이야기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카페들도 충분히 기발하고 재미있고 따스할 텐데 말이다. 훗날 이 책의 다른 시리즈로 우리나라 카페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또 하나는, 손님들의 후기를 비롯해서 실패하지 않은 카페의 사례만 담겨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부분은 카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깸과 동시에 그 환상을 다시 심어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카페 일이 굉장히 고되고 서비스나 카페 홍보, 메뉴 개발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느긋한 삶을 꿈꿀 때 ‘나중에 카페나 차려야지.’하는 상상은 참 어린 발상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성공적인 이야기와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카페들만 접해서 그런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하는 둥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같다. 만약 정말로 창업을 하려면, 책에서처럼 어떤 카페를 만들 것이고, 어떤 콘셉트로 할 것인지도 세세하게 정하고 준비해야할 것이다. 이 점은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고민일 테지만 말이다. 좋은 카페, 마음 편한 시간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