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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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류드밀라를 끝까지 떠나지 않았던 거예요."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모두는 같은 풍경을 생각했을 것이다. 류드밀라가 그렸던 행성. 푸르고 묘한 색채의 세계. 인간과 수만 년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살았던 오래된고향을.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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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의 힐링 뷰티 - 나를 사랑하는 건강한 아름다움
조여정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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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곤 두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는 조여정’(사람 이름을 단어에 포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조여정과 여기서 말하는 조여정은 바로 그 조여정이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로 이야기하겠다.)이다. 나에게 조여정은 여배우였다. 배우, 그 중에서도 배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녀들의 미모는 막연히 닮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이고, 그 아름다움은 고유한 명사 같다. 등호 ‘=’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아픔은 생각지도 못했다. ‘화장실도 안가고 아침이슬만 먹고 산다.’는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들이 사람인지를 잊곤 한다. 단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또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책은 여배우 조여정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당연한 아름다움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듯 그 아름다움도 결국엔 노력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내가 조여정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두 번째는 힐링이다. 이 단어는 요즘 참 많이 쓰인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도 힐링, 멋진 장소에 가서도 힐링, 뭐만 하면 힐링, 힐링이라 그 의미가 정말 무엇이었는지도 까먹을 지경이다. 하지만 이 책의 힐링은 내가 잊고 있었던 힐링에 대해, 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단어를 남발하지 않고 두고두고 진짜 필요할 때에 쓰고 싶은, 아끼고 싶은 마음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루 동안 내 눈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침에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다른 것을 신경 쓰느라 나를 챙길 여유가 없다. 때로는 걱정거리나 슬픔은 숨긴 채 밝은 미소를 지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은 잠시 눌러두어야 한다. 대신 끊임없이 상대의 눈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기 자신은 다독이지 못한 채, 부정적인 감정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게 된다. p.11. 

 

  책은 하루 동안 내 눈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사실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듯 운동방법이나 예뻐지는 비결 또한 스스로 터득하고 공부해나갈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그런 흔한 비결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뻐져야 하는 이유를, 여배우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유를. 그리고 막연했던 그 방법을 말이다. 요가도 그렇다. 나는 요가가 단순히 다이어트의 한 방법인줄로만 알았다. 몸의 균형을 맞추고 살을 빼기 위한 운동.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요가를 위해 눈을 감고 자세를 바로 잡는 그 모든 시간, 시간들이 내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본질인 것도. 

  나는 거울을 자주 보는 사람이 부럽다.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가끔, 아니 종종 나의 나쁜 시력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력이 좋으면 머리를 다듬을 동안 미용실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어야할 테고, 그 시간은 정말 고역일 테니까. 흐릿한 시야 속에서 내 얼굴도 흐릿해서 좋았다. 하지만 그건 도피일 뿐이었다.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갈 동안, 나는 많은 풍경들과 사람들을 놓쳤고 결국엔 나를 되돌아볼 기회마저 놓치고 있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완벽하게 타고 나지 못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내 몸과 피부가 고마워졌습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유지되었다면 음식에 신중하지 못했을 것이고, 매일을 귀찮음과 싸워가며 운동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p.336.  

 

  아름다운이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나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음식을 고르고 향을 피우고 향기를 맡고 땀을 흘릴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그렇게 해서 얻은 아름다움이 더 가치 있을 테니. 앞서 말했듯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듯이 책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분명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방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책이 우리가 할 일을 대신 알려준 것처럼. 힘들고 좌절할 때도 있겠지만 이 책과, 아름다움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다. 거울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내 눈과 똑바로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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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시작 했습니다 - 일본의 성공한 케페에서 배우는 카페 창업 Book
오하타 카요코.나리타 하루카 지음, 김동희 옮김 / 페이퍼북(Paperbook)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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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의 앞 갈피에는 저자의 이력이나 책을 소개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은 색다르게, 그러나 믿음직하게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무심코 문을 열고 들어갈 것만 같은,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향하는, 그런 행복이 가득한 카페를, 이제 이 책을 손에 든 당신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나는 카페 창업을 목표로 하지 않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다만 카페를 차리면 어떨까? 카페와 함께 하는 사람은 좀 더 여유롭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을 가지고는 있었다. 이 책을 펼친 이유도 그런 기대감이 한 몫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관심이 가고 흥미를 끌었던 것은, 그 문장 속에서 자신만의 카페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의 삶, 나의 생활방식, 나의 철학, 나의 시선을 카페를 통해 표현하려는 사람들의 진심들 말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이 속에서 만난 카페들 중 몇 곳을 소개하자면, 나는 가장 처음으로 이곳을 꼽고 싶다. <alii cafe>. ‘aill’는 팔라우 말로 안녕이라는 의미인데,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인사를 하는 것처럼 정겹고 따스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자매가 운영한다는 것과 마을의 농가와 계약해 야채를 비롯한 각종 요리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흙이 묻은 상태로 트럭에 실려 오는 재료들, 그리고 그 재료들로 바로 바로 만드는 신선한 음식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다음은 <카페 이카니카>이다. 이곳 주인은 카페 요리에 대해 내가 먹고 싶은 것, 또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 한 마디가 정말 믿음직스럽다. 또 한 번 가보고 싶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공감하고 싶다. 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 아닐까 싶다. 집에서 먹는 요리처럼 익숙하고 (집에서 먹는 요리가 이 카페의 또 다른 모티프이기도 하다.) 옆집 언니와 동네 아줌마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정신없지만 푸근하고. 실례합니다, 와 잘 먹었습니다. 인사와 인사로 시작되고 끝나는 발걸음. 참 즐겁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카페 이야기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카페들도 충분히 기발하고 재미있고 따스할 텐데 말이다. 훗날 이 책의 다른 시리즈로 우리나라 카페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또 하나는, 손님들의 후기를 비롯해서 실패하지 않은 카페의 사례만 담겨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부분은 카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깸과 동시에 그 환상을 다시 심어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카페 일이 굉장히 고되고 서비스나 카페 홍보, 메뉴 개발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느긋한 삶을 꿈꿀 때 나중에 카페나 차려야지.’하는 상상은 참 어린 발상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성공적인 이야기와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카페들만 접해서 그런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하는 둥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같다. 만약 정말로 창업을 하려면, 책에서처럼 어떤 카페를 만들 것이고, 어떤 콘셉트로 할 것인지도 세세하게 정하고 준비해야할 것이다. 이 점은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고민일 테지만 말이다. 좋은 카페, 마음 편한 시간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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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 - 열혈남자 장혁의 진짜 이야기
장혁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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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장혁을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그는 열정이 넘치고 한없이 멋진 배우지만 그 몇 년 전의 사건이 자꾸 떠올랐다. 어찌보면 대중을 속이고 대중을 기만한 그를 어떻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진심이라고, 그의 연기 속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그저 겉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가 그런 자격이 있는지도. 내가 참 과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였다. 팬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스타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르지 않나. 어쩌면 회의일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만 믿고 그 사람자체를 믿는다는 건 참 무모한 일이 아닌가. 
<진짜 사나이>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중에도 그 과거를 잊어도 되는 건지 싶었다. 다 잊어버리고 지금 모습만을 봐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묘했다. 책을 읽으면서, 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금의 장혁을 보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느꼈던 것은 딱 하나였다. 솔직하다. 적어도 거짓말이나 허세로 상황을 꾸미려하지 않구나, 하는 점이었다. 이제 그럴 시기도, 그럴 이유도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편견을 벗고 장혁을 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껍질도, 그 완고했던 껍질도 하나 둘 벗겨진 것은 사실이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을 결정한 것도, 과거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려는 것도 그랬다.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과 우직함이 오히려 편견에만 가득찼던 나를 부끄럽게 했다. 

책 속에는, 아니 장혁의 목소리에는 세상이 힘겨운 사람들을 토닥거리는 무언의 울림이 있었다. 만약 내게 언니나 오빠가 있었다면 전해들었을 말들. 그런 착각도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 언니가 오빠가 어린 동생을 곁에 앉혀두고 밤새도록 인생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오지랖도 펼치면서 무기력해있는 동생의 어깨를 그렇게 토탁이는 것이다. 그만큼 따뜻했고 사람냄새가 났다. 그 중에서 나를 위로해주었던 글귀 하나를 소개해본다.  

 

인생은 지금만 사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에서 와서 미래로 가는 것. 얼마나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리듬감을 가지고 잘 가는지가 중요하다. 한번쯤은 멈춰도 보고, 미뤄도 보고, 더 앞서가보기도 하면서 입체적인 삶을 살아야한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평탄하기만 한 인생에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p173)  

 

한번쯤은 멈춰도 보고, 미뤄도 보고, 더 앞서가보고 하면서. 라는 말이 가장 인상깊었다. 조금 느리더라도, 혹은 너무 가쁘게 달려가기만 하는 불안감도, 그 어떤 것이라도 있는 그대로를 즐겨보라는 것. 지금 내게 얼마나 필요하고 간절했던 말인지 모른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자기 계발서 등의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요즘 말로 답정너라고 하려나. 근데 나는 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도 몰랐고 그러나 이 어떤 답답함을 해소하지도 못하고 끙끙대기만 했다. 여기서 나름의 해답을, 나름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 느낌 그대로. 나만의 방향을 열심히, 때로는 느릿느릿 찾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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