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소녀 진초록
강이라 지음 / &(앤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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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을 보고 혼자서라면 고르지 못했을 컨셉이라고 생각했다. 추천과 함께 읽는 모임이 아니었다면 있는지도 몰랐을 수 있겠다. 그런데 참 끝까지 다 읽고 책에 관해 토론을 해보고 나니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사실 아이들보다도, 학부모들이 읽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 사서 읽으며 들고다녀도 마음 편안한 버전의 표지 추천합니다..) 초록의 부모의 이야기를 프리퀄 스토리처럼 써서 내주시면 좋겠다. 그래서 아름과 같은 건강으로 하는 비거니즘과, 리진처럼 신념으로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며 비거니즘을 하는 이들의 차이와 그들이 각각 처한 상황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먹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과 그를 위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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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계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지음, 임도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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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이 되어버린 생명은 약하지만, 순순히 감내하진 않는다. 자기만의 피터지는 전투를 해낸다. 이것은 그로테스크 히어로물이다. 열 세 편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느낀 이 불쾌함은, 어딘지 모르게 수치스럽게 통쾌한 느낌은, 내 안의 더러운 열정을 반추시켜 곤혹스러웠다. 그렇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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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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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웠다. <물질의 세계>. 타이틀만 봤을 땐 "상업적인 ? 돈과 관련된 금융과 경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부제와 책 소개를 보니 훨씬 더 근원적인 우리 인류 사회와 삶을 이루는 물질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총균쇠를 잇는 이야기라니. 총균쇠를 정말 흥미롭게 읽었던터라 갑자기 호기심이 확 생겼고 그렇게 샘플북을 신청해 읽어보게 되었다. 


물질이 우리 삶에 오기까지의 여정은 정말 한편의 로드무비 같았다. 그런데 범죄 추적 서스펜스가 곁들여진 로드무비였다. 범죄자는 인류였고, 자세히 말하면 인류의 탐욕이었다.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 더 많이 가져보자는 욕망으로 착취해온 지구 물질들의 희생 이야기랄까. 


역사를 읽으면, 고전을 읽으면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고 착취 당하는 이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지 않나. 그것만 보아도 마음이 힘들고 지금의 삶과 비교될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접한 물질들의 여정은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참담했다. 물질은 아무 이야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항변도 하지 못한 채 파괴되고 소모되어가는 자연의 물질들의 입장을 자꾸만 생각해보면서, 그리고 그 물질의 파괴로 물질과 더불어 살던 원주민들의 삶도 함께 피폐해져가는 것을 보면서 인류세의 무서운 단면을 제대로 접한 기분이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이 좋으면서 인간이 무섭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고, 아직 정말 어렵다. 이 책의 샘플북은 6개의 물질 중 1파트, 모래에 대한 부분만 다뤘는데, 이 참담한 마음이 과연 6파트까지 모두 읽고 나서는 나아질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금이 생산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지켜보면서 가장 놀란 점은, 반짝거리는 금속 겨우 몇 조각을 얻기 위해서 오늘날 이처럼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은 규모부터 엄청났다. ⋯⋯ 금괴 한 덩이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흙을 파헤쳐야 할까? ⋯⋯ 나중에 혼자서 계산해보니 400트로이온스 (약 12.5킬로그램)의 표준 금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5000톤의 흙을 파내야 했다. 이는 세계 최대 여객기인 A380 10대가 만석일 때의 무게와 비슷하다. - P14

어째서 나는 이 금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지 않았던 걸까? 아내의 약혼반지 다이아몬드가 분쟁지역 다이아몬드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렇게 열심히 확인했으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이 반지를 만들기 위해 인간과 토지가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는 왜 확인하지 않았는가.

과거에는 약 0.3톤의 광석만 있으면 결혼반지를 만들 정도의 금을 전통적인 채금 방식으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 정도의 금을 얻으려면 적게는 4톤에서 많게는 20톤의 광석이 필요하다. 기폭 장치 앞에 서 있던 나는, 도살장을 둘러보기 전 소시지와 달걀로 아침 식사를 즐긴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 P15

석영암이 금속 형태로 용해되는 과정은 영광과 악랄함을 모두 품은 산업혁명을 관찰하는 일과 닮았다. ⋯⋯ 용광로에서 내뿜는 연기와 열기의 결과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이 용광로를 돌리는 데 45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한데, 소도시 하나에 공급되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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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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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상태에 너무나 필요한 책이었다. 마음을 응시해주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책을 펼치고 앉아선 멍하니 그림 잠깐, 비와 눈이 번갈아 바쁘게 내리는 창가만 이쪽 저쪽 천천히 시간 가까이 바라봤다.


📖 물론 괘종시계의 시간은 재빨리 할일을  되찾기 마련이고, 지속의 개념은 단지 그림을 그리거나 명상하는 시간 동안만 유보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잠깐 동안의 해방 체험은 우리 의식 속을 뚫고 들어와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시간은 꾸준히 흐르는 당연하겠으나, 우리는 한순간 한순간 속에 영원을 담을 수도 있다는 기억을.  169p


나는 스스로를 계속 다그쳐왔다. 빨리 하지 못하냐고. 생산성을 내지 못하느냐고. 홀로 일하니 부지런해져야 하지 않느냐고. 그런 식으로 해선 금새 무너지게 거라고. 스스로를 시간의 족쇄에 걸어둔 채로 절벽 끝에서 계속 점프하고 있었다. 와중에 이럴 모르고 서평단에 신청해 책이 나에게 정말 마음을 비춰주고, 스스로를 향한 미움으로 얼려둔 빙산을 녹여줄 줄은 몰랐다. 미리 스스로에게 내린 숙제가 약이 꼴이다. 진짜 꼴이 좋다. 그래서 감사함에 눈물이 났다

한 존재의 가장 중요한 시기는 오히려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 놓일 수 있으므로, 무위의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추방과 배척의 대상이 아니다. 인생에서 우리는 3분에 한 번씩 벼랑 끝에 매달린 듯 아슬아슬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다. 솔직하게 살아온 매 순간 그 자체가 벼랑 끝이기 때문이다.

📖 ⋯⋯ 그러나 이 겸손하기 짝이 없는 만족 내지 어른의 순진함은 그리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이 새소리에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경이로움을 느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과 고통을 겪어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린아이를 닮은 시선과 순수함을 되찾기 위해 그가 몇 번이나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는지도.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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