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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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느닷없이 방구석 대탐험을 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친구들은 사원증을 차고 한강을 건너 출근하고 있을 때 인생의 제4춘기가 찾아와 꼼짝도 못했던 시기가 말이다.

20대에 얼마나 안되는 일만 쏙쏙 골라했던지 눈물에 쓱쓱 밥을 말아먹을 지경이었다. 당시 나는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준비를 했는데 진학 후 한 학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둬야 했다. 석사공부를 한다며 그 전 회사를 그만뒀는데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진 나는 매일 공중부양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대 초반까지는 되도 않는 아이돌댄스가수를 한답시고 젊음을 소진했고 중반까지는 영화일을 한답시고 체력을 거덜냈고 20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직장에 나를 잘라서 맞춘답시고 멘탈까지 냠냠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아 야속한 삼 무 인생이여.'

그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술잔을 기울여 줄 이도 (술도 못마시면서) 함께 울어줄 이도 (실은 나도 그래본 적이)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건네는 이도 (있었어도 못들었을 듯) 부재했다.

있을 곳은 있으나 갈 곳은 없고 눈물 흘릴 일은 있으나 땀 흘릴 일은 없는 참으로 애매하고 처량맞은 인생!

하지만 다 지나고 나니 그 경험으로 더 좋은 이가 되었...을리가 없잖은가!!
대신 남의 아픔에 크게 공감하는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글을 쓰는 지도 모르겠고.

마감이 코 앞이라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이 마당에 안써도 상관없는 글을 쓰게 된 건 바로 오래전 내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한 사람때문이었다.

책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의 저자가 바로 그 주인공. 피는 마르지만 더럽게 안 가는 퇴사 후를 기록으로 남기며 참을 인자를 새겼다. 카페창업을 준비하다가 스콘을 굽다가 프로젝트를 하다 결국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 한 한 사람의 이야기. 솔직히 반쯤 보다 울뻔 했는데 그 속이 오죽 탔을까싶어 눈물도 쏙 들어가는 거다.

퇴사 이야기는 많겠지만
또 퇴사이야기
그래도 퇴사이야기다.

☑연거푸 실패해본 적이 있다면
☑퇴사 후 시간의 경과에 따른 심리변화를 알고싶다면
☑결국 이 모든 기록이 한 권의 책이 된 과정이 궁금하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덧, 작가님 글 쓰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그렇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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