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 예민하고 소심해서 세상이 벅찬 인간 개복치의 생존 에세이
이정섭 지음, 최진영 그림 / 허밍버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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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얼/릴레이션]

얼마 전, 휴대폰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예전에 들어갔던 사이트를 발견했다. 심리학박사님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로그인을 하니 몇 년 전 (조막손에게는) 거금을 내고 테스트를 받은 기록이 존재했다.

놀랍지도 않았다. 나는 늘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인간이었으니까. 누구나 한 번쯤 다 해본다는 MBTI를 필두로 이미 수 차례 다른 종류의 검사를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어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사람을 도통 모르겠는 거다. 그때 팟캐스트를 통해 인간을 새로운 카테고리로 나눠 분석해준다는 이 검사를 알게된 거다.

내 결과는 아이디얼리스트
-릴레이션. 예술가형 인간이면서 관계를 소중히 한단다. 하지만 이 둘은 상극. 아이디얼리스트는 남에게는 관심이 크게 없고 관계를 맺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단다.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혼자있는 시간을 중시하지만 남과 함께하는 시간도 원해 각종 모임을 벌리는 일명 '모임덕후'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나라는 인간이 어떤 모양인지는 알았으나 이걸 어찌 활용할 지는 결국 내 몫의 숙제로 남겨졌다.

여기 자신을 개복치스타일이라 부르는 한 남자가 있다. 소심하기가 그지없고 걱정이 많단다. 거절을 어려워해 자취시절에는 온동네 불쌍한 갈 곳 없는 댕댕이들을 껴안고 잤단다. 결혼 후에도 똑같단다. 아내의 물셔틀을 자처하며 이걸 더 생산적인 행위로 발전시키기 위해 트레이와 잔을 바꿔가며 고민 연구한단다.

하지만 다 읽고보니 저자는 개복치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엔 긴 세월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피하지않고 잘 해내왔다. 에디터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써는 더 그렇다. 이분은 에디터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대다수의 사회초년생은 개복치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사회라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곳에 발을 들였으니 개복치마냥 쭈굴쭈굴하지 않은 이가 어디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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