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시리즈와 함께한 지도 벌써 10여 년.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네요. 가끔은 너무 끔찍한 사건의 잔상이 남아 밤에 잠자는 것도 무섭고 그런 적도 있었지만, 그간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장르를 영상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해준 놀라운 프로그램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선택할 때는 일말의 고민도 없었습니다. <레벨 26> CSI의 크리에이터이자 제작자의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선택의 이유는 충분했으니까요. 더군다나 <CSI:11>의 한 에피소드에 영향을 준 작품이라니!!

작품은 처음부터 밀도 높게 진행됩니다. 진중한 문체보다도 스피디한 전개와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죠.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레벨 26은 미국의 범죄자를 죄질에 따라 나누는 등급의 하나라고 합니다. 사실 26이라는 등급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등급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할 겁니다. 스퀴걸이라는 이 사상최악의 범죄자는 두려움이나 공포보다는 혐오감과 구토를 유발하는 자입니다. 하얀 라텍스로 전신을 감싸고 곡에사처럼 몇 시간이고 목표물을 감시하는 끔찍한 놈이거든요. 30여 년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실마리 하나 남기지 않은 용의주도한 범죄자입니다.

이 소설이 대단하다고 느낀 건 바로 인간의 상상력을 베이스에 두고 이야기를 엮어갔다는 점에서입니다.

이 소설은 여느 하드코어 소설에서처럼 잔악한 범죄행위를 나열한다던가 세세하게 묘사한다던가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점잖게 표현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는 상상력이라는 기폭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떨칠 수 없는 두려움과 끔찍함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솔직히 어느 장면에서는 구토가 치밀 정도였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라 잔악한 방법으로 응징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쩌면 소설 속 이런 범죄자는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의 범죄가 그려낸 실사의 모습과 유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모공이 송연해지는 기분이 됩니다.

레벨 26의 범죄자가 이 세상에 뿌리 내리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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