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년에 적어도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다독자에 속한다. 그런 내가 최근 3년 이내 읽었던 청소년 소설 중 가장 감명받은 작품을 뽑으라면 단연코 <훌훌>이다.
"많은 입양 가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지만 훌훌이 제일로 잘 쓰여진 작품이다."라는 글을 이 블로그에 감상평으로 적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문경민 작가의 새책이 나왔다.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단다. 신청 안 하면 이상한 일이다. 감사하게도 당선이 되어 문학동네로부터 책을 선물받았다.
책 사이에 문경민 작가의 편지가 있었다.
"소설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합니다. 특히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합니다!"라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이어진 편지의 내용은 두현이가 어떻게 작가님께 가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역시 이번에도 진심을 담아 두현이에게 응원을 보내는 글이겠구나!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쳤다.
"내 별명은 청산가리. 조폭은 아니다."로 시작되는 <나는 복어>는 엄마가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을 하고, 아빠는 빚때문에 감옥에 가게 되어 복어집을 운영하시는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자현기계공고 하이텍기계과 2학년 김두현과 주변의 이야기다. 두현은 상처도 회복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7년을 버텼고, 그 버팀의 시간을 함께해준 것이 조부모님과 친구 준수였다.
그리고 두현에게 새롭게 다가온 친구 재경! 돈이 최고인 세상이 너무 후져서 못봐주겠다고 말하는 재경은 자신만의 역사를 시작할 준비가 된 당당한 아이였다.
작은 사건으로 인해 두현은 재경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두현은 그곳에서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었으며 아버지를 닮은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아저씨와 이야기하는 동안 7년 전 사건에 대해 더이상 도망가지 않고 직면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두현은 복어의 독처럼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던 무언가를 해소했다. 그리고 기대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투지를 가지게 되었다.
소설을 잘 쓰는 작가는 전체적인 스토리도 좋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서 독자에게 사고의 시간과 감동의 메세지를 전한다.
문경민이 그런 작가다.
'나는 다른 사람의 진로를 두고 이죽거리는 태도가 싫었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불안해서 그런 거였다. 불안해서.'
돈이 최고인 후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하니깐...불안할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나눠주는 행위 자체가 보람 있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우는 일이 좋았다.'
의도나 동기가 무엇이든 나눔의 행위 자체는 보람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원래 책을 빨리 읽는 스타일이 아닌데 단숨에 읽었다. 그만큼 몰입력이 강했다. 막장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는지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내가 생각한 3류로 흐르지 않아 좋았다. 한편으로는 너무 현실적으로 흘러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김두현을 응원했고, 후진 세상을 만드는데 한 몫 한 것 같아 어른으로서 재경에게 미안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뛰어난 문장력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우리 청소년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애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쇠도 갂을 수 있는 두현이 당당하게 본인의 역사를 만들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