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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돼지의 눈
제시카 앤서니 지음, 최지원 옮김 / 청미래 / 2020년 11월
평점 :
못 생겼지만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기나긴 세월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온 동물 땅돼지.
소설 초반 땅돼지에 대한 몇 페이지에 걸친 설명이 나를 잠깐 좌절하게 했다.
학창시절. 남들 다 쉽다는 외우기조차 버거워하던 생물.
그중에서도 특이한 동물.
요즘이야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멸종위기동물에 관한 다양한 도서들이 출간되어 있지만
내가 어릴때만 해도 이상한 동물은 죄다 무서운 아이들로 알고 있었다규...
(책방지기 혼자만의 생각일수도...쿨럭)
ϻϻ
더불어 명조체와 볼딕 고딕체가 반복되는 활자배열이 잠시 나를 어리둥절 하게 했다.
무언가 편집자의 의도가 가득 담겨있을 것만 같은데, 능력이 부족한 독자라 이해가 안가는 걸까?
라는 의문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지금.
눈앞에 드러난 진실. 그 진실이 마주하는 소설 속 반전이 나를 전율하게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박제하길 원할만큼 간절히 원해본적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
나의 가족.
가장 진실하게 마주해야만 하는 이들을 앞에 두고도
때때로 가식적인 또는 의도적인 눈가림을 쉽게 하곤 하지 않았을까.
거짓된 삶이 약속하는 풍요로운 것 같은 미래
그 달콤함에 젖어 가장 중요한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만들어낸 나도 몰랐던 나를 향하는 타인의 적의어린 시선.
그리고 음모로 이어져 그들에게 이익을 주는,
나에게 이어지는 합당하면서 부당한 모순적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을지.
선거가 있을때마다 각종 공약들을 보면서 믿고 싶어지는 간절한 더 나은 삶의 미래를 보아왔다.
정치 라는 이름 하에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권력으로 변질되어
피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그 어떤 지점에 다달았을때
비로소 당신은 깨달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사랑하던 이를 잃고 당신이 가지고자 한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그리고 이후의 당신의 삶을 얼마나 옥죄어 올지를.
ϻϻ
소설의 초반에서 부터 보이지 않던 화자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당신이라 칭한다.
마치 나를 가리키는 것 처럼.
박제된 땅돼지에게서 발견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푸른 눈.
이 푸른 눈의 주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어쩌면 바로 당신이지 않을까.
난해한듯 한 글의 구성.
그리고 서로 다른 시대로 이어지는 두 남성 커플의 미처 깨닫지 못한 애정
평행선을 달리듯 이어지는 이 네 인간 군상을 하나로 이어주는 단어는
어쩌면 내가 마지막까지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장뇌가 아닐런지.
자신이 가진 본능적 욕구. 그리고 숨기고 싶은 비밀들로 부터
당신은 얼마나 도망칠 수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이익을 얻기위해 얼마나 상이한 세력과 서로 연대아닌 결탁을 할 수 있는가.
당장 마주한 미국 또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을 배제하고 라도.
이런 행태를 접하면서 비웃고자 하는 나 또한
그를 감추고 살고 있는
당신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되는 책이었다.
시작은 무겁고 어렵게.
중간은 궁금하고 긴박하게.
결말은 아하~!
내가 읽은 땅돼지의 눈의 기승전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