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무게
크리스티앙 게-폴리캥 지음, 홍은주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지극히 단순한 의문을 먼저 머릿속에 집어넣고

늦은 밤. 가족 모두 잠이든 방안.

남표니의 코고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두고 책을 펴들었다.

작가 크리스티앙 게-폴리캥의 출생이 캐나다 퀘벡이라는 작가소개글을 보고서야 좀전의 의문이 해결되었다.

더불어 추운 겨울을 벽난로와 이겨내는 캐나다의 목조주택을 연상하자 글의 제목이 어떤 장면을 그리고 싶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첫 서두가 난데없이 정말 영문모를 정전속 사고를 당해 치료중인 나의 고통어린 시선이었다. 뭐지? 이건 무슨 상황이지?

치료는 무슨 수의사? 그리고 약사?

자경단원은 왜 등장하지?

그리고 챕터마다 이어지는 연속성이 없는듯한 숫자 소제목들.

이 숫자가 의미하는게 무슨 뜻일까...책을 덮는 순간까지 작가의 설명이 없다. 확실한건 친절하지 않은 서두라는 것 정도?

그러나 눈의 무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내가 한숨도 쉬지않고 페이지를 넘겨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모처럼 만나보는 숨막히는 긴장감에 저절로 숨을 헐떡이며 게걸스레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절망인지 희망이지. 적군인지 아군인지.

애정인지 증오인지.

심지어 동정인지 아니면 자기투영 인지 조차 알기 어려운 재난 속 마티어스와 나.

눈의 무게 라는 이 소설은 마치 제목처럼 무거우면서 가벼웠다.

지붕위 한가득한 눈에 무너져 내린 별채의 지붕.

마을로 부터 도피하려는 조제프의 마지막 배려 속 별채의 지붕을 지탱하던 보조기둥이 무너지는 순간.

이 두사람이 맞이한 신뢰의 위기.

이 책 한권이 주는 여운은 상상외로 무겁다.

연롄커의 연월일. 헤밍웨이의 노인과바다.

그리고 눈먼자의 도시. 눈뜬자의 도시.

많은 재난 또는 생의 고독을 다룬 작품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강타하는 거센 무게가 있었다.

이번 겨울.

이보다 더 가슴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소설이 있을까?

심리스릴러라는 소개글이 맞나 싶을만큼 따뜻했다. 그리고 잔혹했다.

동시에 공동체에 대한 고찰. 그리고 리더에 대한 반문. 더하여 위기에서 드러나는 개개인이 가진 내면과 관계의 위태로움.

과감히 추천한다. 단지 검은표지의 책한권을 들었을 뿐이었다. 결과 내가 얻은 것은 나를 압도하는 숨막히는 긴장감과 공포. 거기에 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었다.

마티어스의 아내.

나의 숲속 오두막.

이들의 목적지는 과연 도달 가능할까.

한명의 독자로 내가 내린 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였다.

삶의 지향점에 도달하는 것보다.

도달하기위한 노력이 더 아름다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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