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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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독일 출신 미국 철학자로 <전체주의의 기원> 등 여러 저작을 남기고 자신만의 철학을 확고히 한 여성 철학자로 유명하다. 한나 아렌트의 철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었지만 워낙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고 그녀의 인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치 대표 전범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을 관찰하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화제가 됐고 이는 심리학에서도 자주 나오는 개념이기에 한나 아렌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유년기 시절부터의 삶과 그녀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 등을 통해 그녀의 철학에 한걸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책이다.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왜 어떤 책을 그 시기에 쓸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납득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 있는 한나 아렌트의 사진들은 정말 그녀가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의 사상 및 철학에 빗대어 상상 속으로만 생각하던 그녀의 모습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느낌을 준다. 강단있고 박식한 유대인 여성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1부에서는 비범한 소녀에서 주목받는 학자로 성장하기까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그녀와 하이데거의 만남(우리가 잘 아는 ‘현존재’를 얘기한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맞다), 그녀가 지었다는 시, 그녀의 호기심, 한나의 연구 논문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잘 풀어져 있다. 유부남이었던 하이데거와 사귀었지만 얼마 안가 헤어진 이야기 등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가감없이 풀어져 있다.
2부는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사상가로 전향한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극별을 맞으며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철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본인이 유대인이므로 유대인을 탄압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정치적 맥락에서 하나의 정치 문제로 인식했으며 그녀가 생각하는 정치의 기본원리는 자유였다. 그녀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진 유대인들의 연대를 간절하게 원했다.
3부는 그녀의 사상, 저작,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전체주의의 기원>, <아모르 문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미국 시인 랜달 자렐, 프랑켈, 브로흐 등 한나와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일화도 담겨 있다. 특히 <전체주의의 기원>은 유명한 만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이 자자한데 이 책을 통해 읽어볼 용기를 얻었다.
4부는 그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대표적이다. 특히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노력했다. 한나는 아이히만에게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상상하는 능력인 포괄적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악의 평범성에 대한 한나의 주장은 누구나 아이히만과 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를 해명하는 등 논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5부는 사랑, 우정, 이별, 그리고 한나의 죽음에 이르까지 말년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한나는 망명 시절 만나 결혼했던 마르크스 주의자 하인리히 브뤼허와 결혼생활에 자식은 없었으나 서로 깊은 애정과 우정을 바탕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마음이 충만했던 걸로 보인다. 블뤼허가 세상을 떠나고 여생을 <정신의 삶> 집필 활동에 몰두했다.
그녀의 철학은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분명히 어려운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의 사유, 방법론 등 본질을 꿰뚫는 그녀의 철학과 정치 이론은 분명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나를 통해 사유하는 방법, 즉 행동을 멈추고 최근의 경험과 마음 속 두려움, 욕망을 바탕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법을 배우기 전에 한나 아렌트의 삶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전 세계적으로 반자유주의가 대두되면서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이 유례없이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의 철학의 핵심은 결국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한계를 재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철학자나 정치 이론가로 단정지어 생각하기에도 범주가 큰 사람이다. 시인이자 사상가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작가이기도 하다. 시, 정치, 철학, 문학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한나 아렌트가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세상과 세태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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