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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어린시절을 회상해서 글로 써보라고 하면 원고지 몇장이나 채울까. 그 표현 또한 내 흐릿한 기억속에서 얼마나 정확한 표현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뛰어난 기억력으로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했을까'라는 생각을 내내 했었다. 작가란 자기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도 사실처럼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지만 문장 문장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읽다보니 내 촌스러운 의문점이 작가의 솔직한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책 내용중 '이 기록은 당시 어린 내가 일일이 겪고 생각한 그대로를 옮겨놓은 것도 아니다. ..... 기억된 과거의 이미지들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당시에는 못 느꼈던 전체적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한 재해석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기억력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 상상력 발동이 불가피한데, 그래서 어떤 장면들은 실제보다 더 부풀려 있기도 할 것이다.'라고 씌어져 있었다.
일부는 작가의 상상력 이라지만 작가의 상상력이든 실제로 겪었던 일이던 전체적 형태에 있어 전혀 논픽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소년의 형태가 머리속에 그려지면서 책을 읽는 내내 그 소년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의 어린시절에 비추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영화한편을 본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