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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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정미래 씨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했다.

미래 씨는 중학교때 소아 루푸스 진단을받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그녀는 이내 병으로 인한 큰 고통을 마주해야 했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촬영한 MRI 에서 뇌간 부분의 음영 이상이 관찰되었다. 뇌간은 우리가 숨을 쉬고 생물로서의 기본적인 반응을 하도록 신호를 통합 조절하는 뇌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바로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남편과 부모는 애원했다. ''우리 미래 제발 살려만 주세요!'' 나는 매정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바다가 된 가족들을 뒤로 하고 중환자실 팀과 치료 계획을 짰다. 사실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일단 3일간 스테로이드 충격요법을 쓰고...충격요법...면역요법...인공호흡기 세팅...승압제 처치...

경과는 롤러코스터...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이제 기관절개를 해서 인공호흡기를 유지할지 결정을 할 시간이 되었다.

병원 중환자실은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하지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는 너무나도 어려운줄 알면서도

그 어느 누구도 ''이제 그만'' 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 가고 있다.

1차 면역치료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에게 미래씨가 이제 죽을 거라는 말을 솔직히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는 죽음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가족들에게 허망한 희망을 심어주고 말았다.

이제 미래 씨가 갈길은 정해져 있었다.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상황에서 균 감염이 계속되다가 결국 중환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사망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장 기능마져 떨어져서 투석까지 할 수도 있고, 갑자기 심장이 멎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의미 없이 단지 환자의 생명만 붙들어 놓는 시술일 뿐이고 어떻게 해도 미래씨가 살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또 그렇게 비겁함을 정당화 하며 3주가 넘어가고 희망없는 환자를 잡고 있는 나도 괴로웠다.

내얼굴을 보자마자 어머니는 또 울기 시작했다.

''이제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네요''

''미래가 돌도 안 된 딸이 있어요.....''

''할수 있는건 다 했습니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도 심장이 뛰잖아요...''


남편만 남겨놓고 다 내보낸뒤

''미래 씨는 오를 밤을 못 넘길 거예요. 심폐소생술을 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의미가 없어요. 심장이 멈추면 환자를 내보내야 해요''

몇주 전 폐동맥 고혈압 말기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는데 내가 미처 정리를 안 해주었더니 무위한 심폐소생술을 5시간이나 한 뒤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신창이가 된 일이 있었다.

퇴근하기 전 중환자실에 들어가 보니 환자의 혈압이 안 잡힌다고 주치의가 승압제를 올리고 있었다.

환자의 손가락 두마디가 이미 검게 썩어가고 있었다.

''이 선생, 그만하지. 저 손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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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조 할아버지는 80세 까지는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90세에 들어서면서 세월의 힘을 거스르지 못했고 노화는 다양한 얼굴의 질병으로 그를 찾아왔다. 93세가 되던 그는 신장 질환, 심장 질환을 포함한 이런저런 병을 앓으며 서서히 쇠약해지고 있었다.

조가 마지막으로 병원을 방문했을 때 그를 본 의사는 여명이 6개월 정도 남았다고 기록했고, 그는 주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제는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조 할아버지의 딸인 바버라는 간호사였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병약한 아버지를 자주 방문하고 시중을 들어드리는 것밖에 없었다. 조 할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활동을 못하게 되어 남의 손을 빌리면서 살고 싶지 않다. 병원 침대에서 죽고 싶지도 않다. 급식 줄을 통해 강제 급식을 하지도 않겠다.'' 라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준 뒤, 그녀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삼았다.

원인 모를 통증이 조 할아버지를 수시로 엄습했고, 그럴 때마다 그는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조금씩 처방받아 통증을 다스렸다. 또 평소에 먹던 약도 모두 끊고 진통제만으로 살아갔다.

어느 겨울 아침, 바버라가 집을 찾았을 때 조는 기운이 더 떨어져 보였다. ''거기 내 약병을 좀 주겠니?'' 바버라는 모르핀 약병을 가져올 힘조차 없어진 아버지를 대신해 약병을 가져다주었고, 아버지는 순식간에 병에 든 모르핀을 전부 삼켰다. ''아버지....모르핀을 너무 많이 드신 것 같은데요.'' ''괜찮다. 이제 좀 자야겠구나.'' 바버라는 옆에 앉아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가 잠들 때까지 말벗이 되어 주었다. 그급차는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절대로 병원에서 죽지 않겠다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호스피스 간호사가 방문했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조 할아버지를 보고 바버라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고,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경찰을 불렀다. 도착한 경찰관은 조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겼고, 응급조치 후 조 할아버지는 의식을 되찾았다.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알아차린 조 할아버지는 있는 힘을 다해 화를 냈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야!'' 그는 즉시 자신의 팔에 꽂혀있던 정맥 주사 줄을 뽑아버렸고 심전도 모니터도 떼어버렸다. 4일 뒤 그는 결국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시각 바버라는 경찰에 연행된 상태였다. 조 할아버지의 자살을 도왔다는 죄목이었다. 최고 징역 10년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자신의 의사가 확고한 임종 과정의 환자에 대한 조력자살이 합법인데, 오리건주가 대표적이다. '존엄사' 법령은 오리건주, 워싱턴주, 버몬트주에서 인정된다. 하지만 조가 살던 펜실바니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조력자살이 허용되지 않았다. 조가 대리인으로 지목된 딸이 연행된 상황에서 나머지 가족들이나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사자가 아무리 원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어도, 병원에서는 할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모든 치료를 했다. 버버라는 간호사 직업을 잃는 것은 물론 죄수가 될 처지에까지 몰렸다.

조 할아버지 사건은 임종치료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버라는 비록 약병을 주고 아버지가 자살을 하도록 독려한 것은 아니지만, 약을 단숨에 들이키는 아버지를 그저 지켜보았다.

펜실바니아주 경찰은 이를 법리대로 해석해 자살방조죄를 적용했다.

아무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더라도 누군가가 신고를 하거나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면 의향서는 그대로 휴지조각이 될 뿐이다.

바버라가 아버지의 자살을 도왔는지 아니면 단지 통증을 덜어주기를 원했는지가 법률적인 쟁점이 되었고, 재판은 1년간 계속됐다. 죽는 것만이 통증을 덜 수 있는 상황에서 재판은 지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바버라는 1년만에 무죄로 풀려났다.

검찰은 바버라가 호스피스 간호사에게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기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던 게 자살을 의도적으로 방조한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녀가 아버지가 삼킨 모르핀의 정확한 용량조차 몰랐기 때문에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증거 불충분이라는 싱거운 이유로 그녀를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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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인간의 수명 연장이 일어난 시기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수명이 늘어났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수명 연장은 사실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에 따른 영양 상태 개선과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발전한 공중위생 덕분이다.

보건의료 통계로 보면 한 개인이 사망하기 전 한달간 쓰는 의료비가 그 이전 평생에 걸쳐 쓴 의료비보다 더 많다.

92세 할아버지가 호흡곤란으로 저녁 8시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그동안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지내다가 1년 전부터 서서히 기운이 없어지기 시작하여 5개월 전부터 혼자서 화장실 출입도 못하게 되어 대소변을 받아내게 되었으나 식사는 혼자했다. 가족들은 요양병원으로 모시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할아버지는 거부하였다.

한달 전부터 식사를 하기가 힘들어 떠먹여 주어야 했는데도 할아버지는 집아닌 다른 곳을 거부 하였다.

응급실에 들어온 할아버지는 이제 더이상 할아버지가 아닌 환자 가 된다.

환자의 생체징후를 측정한 간호사가 급히 의사를 호출하고 달려온 의사는 알아들을수 없는 의학용어를 내뱉자 의료진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할아버지에게 바늘을 꽂고 기계를 연결하고 수액을 매달고 피를 뽑는다. 거기에는 보호자들이 설자리는 이미 없다.

피로와 짜증 섞인 젊은 의사의 다그침 ''지금까지 뭐하신 겨예요?''

어제 까지는 식사도 하고 말도 하시고....

''지금 너무 않좋아요 폐렴도 생긴거 같고 산소포화도가 너무 낮아....지금 바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니까 그리 아세요.'' ...........신장기능도 엉망이고....혈액투석도 해야 합니다.''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는 것을 ...부랴부랴 나머지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고 깨알 같은 글자가 박힌 서류에 서명하느라 눈물흘릴 틈도 없다.

이미 집에 있던 그 할아버지가 아니다.

기도에는 손가락만 한 삽관이 들어가 있고 삽관을 고정하기 위해 얼굴은 반창고로 도배가 되어 있다.

중환자실의 철문은 닫히고...몇시간 후 심장이 멈추었지만 심폐소생술을 해서 심장이 돌아왔지만 아까보다 더험악한 얼굴을 한 의사는 상태가 너무 않좋으니 이제 준비를 하세요

다시 심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심장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망선고...영안실로....

퇴원수속. 원무과 직원은 121만원의 치료비가 찍힌 고지서를 건네준다.

''병원에 온지 10시간도 안됐는데 100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웬 말이냐?''

옛날 같았으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는 걸 옆에서 알고 준비를 했을 텐데

요즘은 마치 병원이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면서 자연사라는 만고의 진리가 무색하게 되어버렸다.

이제 현대의학은 죽음의 속도와 시간, 장소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장기 적출이 적절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야 하는 행사가 되어버렸다.

현실의 죽음은 점점 더 부자연스러운 사건이 되어가고 자연사는 때로 안락사 내지는 살인과 혼동되기까지 한다.

병원에서의 환자의 죽음은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면 안되는 일종의 사고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환자가 사망하면 의료진은 보호자에게 질책당할 일을 피하기 위해....

과거 우리 조상들이 생의 마지막에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던 일은 이제 심하게는 유기로까지 비난받게 되고...


2002년 이주일 씨가 폐암으로 사망했을 때 그가 애연가였다는 사실이 대두되어 금연 캠페인이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정작 그의 암은 흡연과는 상관없는 샘암 이었다.


유방 조영술에 의한 암 진단 검사가 암 조기 발견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하다.

이상소견이 나와도 암인지 양성종양인지 판별이 어렵다.

부검하면 나오는 갑상선암, 세계 평균의 10배

''작은 암도 전이하는 경우가 있다.''

''길가다가 날 벼락 맞아 죽을 수도 있다.''

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지만 .......

의사들의 고유행위와 기계 장비 동원에는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각종 검사들의 높은 이윤보장 때문데 코스트 시프트가 일어나는 것이 한국 의료다.

일단 암 진단 받으면 PET-CT 라는 고이윤 검사를 여러번 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 경영진은 이런 고이윤 검사를 많이 한 의사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이윤도 없는 양질의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많은 병원들이 의사들의 수입을 순전히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에 연동해서 결정한다. 심지어 보직이나 승진 심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 왔고 여기에 걸려든게 갑상선암 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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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나 지하철등에서 발생하는 급성 심정지 환자의 병원 이송 시 생존 퇴원은 3퍼센트에 불과하고 뇌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0.9퍼센트 뿐이다.

뇌손상을 입은 상태로 퇴원하게 되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돌이킬수 없는 재앙이 되고 만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의 디폴트 옵션은 연명치료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연명의료계획서를 받아야만 디폴트가 해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듭 강조하지만 웰다잉에 왕도는 없다.

죽음이 항시 가까이 있는 삶의 과정이라는 인식과 다가올 죽음을 깊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마음가짐만이 현대의료가 제공하는 임종 문화의 난맥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더이상 병원을 가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뒤따라야 한다.

병원에 발을 디디는 순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한낱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비정하게 눈물로 결심한 존엄은 지켜지지 못했다.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는것 아니냐며 큰소리로 윽박지르는 의료진에 못이겨 싸인을 하고...''

50일간에 걸친 에크모 치료 비용만 2천만원. 중환자실 비용까지 4천만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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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과학이야 - 의심스러운 사회를 읽는 과학자의 정밀 확대경, 2023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세상은 온통 시리즈
마이 티 응우옌 킴 지음, 배명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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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빙자한 백신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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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 우리는 어쩌다 아픈 몸을 시장에 맡기게 되었나
김현아 지음 / 돌베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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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가장 큰 사건이다.

한 인간이 잘 살았는지는 그가 어떻게 죽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는 젊은 시절 영민하고 많은 업적을 남긴 이들이 나이 들면서 추한 욕심에 사로잡혀 잘못된 판단을 내린 끝에 젊은 시절의 공덕을 모두 까먹고 가는 일을 숱하게 본다.

그런데 현대 의학은 인간의 삶에서 죽음을 아예 지워버렸고, 인간은 이제 죽음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다 끝나가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병원에 가면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 굳게 믿게 되었고, 점점 더 죽음을 준비하지 않게 되었다.

죽음은 이제 삶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피할 수 있으며 피해야만 하는 재앙이 되어버렸다.

죽음에 대한 철학이 없어진 현대인들을 포섭한 종교는 의료 산업이다.

병원은 신전이고 교리는 자본주의이다.


1990년대 까지만해도 류마티스 관절염은 치료가 안되는 불치의 병이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현대의학의 발달?로 류마티스 관절염도 치료할수 있다?는 약제가 개발되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의사들이 매스컴에 나와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손발이 흉하게 일그러진 사진을 보여주며 공포 마케팅을 시작했다.

방송을 지켜보던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는 설거지를 하다가 빨래를 하다가 손마디가 쑤셔오는걸 보면서

''나도 혹시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학 병원 류마티스 내과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환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도 류마티스 관절염 아니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 아니냐'' 하며 조바심을 친다.

진찰해 보면 나이가 듦에 따라 흔히 발생하는 문제인 퇴행성 관절염일 뿐이고 굳이 약을 먹거나 치료를 하지 않고 두고 보아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꼭 검사를 해달라고 한다.

검사를 해도 검사의 의미가 없다고 설명을 해줘도....이러다 보면 환자 대기 시간만 길어지고...

차라리 기본적인 검사를 다 해버리면 나도 편하고 돈도 훨씬 더 많이 버는데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건강검진에 포함된 류마티스 인자 검사의 문제도 더해진다.

류마티스 인자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70% 정도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내고 양성인 경우 음성보다 약간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병이 없는데 양성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아예 검사를 안 하고 양성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설명하고 돌려보내기가 쉬운데 이렇게 다른 곳에서 실시한 검사를 들이대며 ''왜 내가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닌지 설명을 해달라'' 고 하니 참으로 난처해진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진찰 소견이 중요한 것이지 검사는 참고 소견일 뿐입니다. 라고 설명을 해도 전문가의 소견보다 기계의 검사가 더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설득이 쉽지 않다.

도대체 왜 쓸데없는 검사를 해서 근심 걱정을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수 없지만 ''아프면 그때 오셔서 검사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라는 말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때 제대로 진단을 안해서 문제가 커졌다 라는 원망을 들을까봐 한숨이 나온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빨리 질병을 찾아내서 해결을 해야 한다며 보는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어제 먹은 음식이 소화가 안되어도 이게 혹시 위암이 아닐까,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도 혹시 이게 뇌종양이 아닐까 같은 온갖 불안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통해 건강을 약속하는 각종 건강검진 프로그램 들이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것에서부터 각급 병원들에서 제공하는 패키지 프로그램들까지 건강검진 종류는 매우 많다.

건보공단에서 시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도 받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는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고가의 검사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검진 프로그램'이 대형 병원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여러 의미의 효도 상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이다.

건강증진센터라는 이름으로 병원의 다른 시설들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이곳에 들어서면, 호텔을 방불케 하는 시설을 보며 우리나라가 영리병원을 허락하지 않는다 라는게 거짓임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인체에서는 매일같이 이상 세포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검사의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검사를 자주 할수록 의미 없는 이상 소견은 늘어난다.


갑상선암은 무병장수하고 죽은 사람의 부검에서 가장 흔히 보는 암이다. 그래서 발견할 필요가 전혀없는 암이라고 말을 해주지만 .....

조기 진단으로 수술을 하면 죽음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공포마케팅에 속아 갑상선암 광풍이 불고 ...


최근 100세 철학자로 화제를 모은 연세대학교 김형석 명예교수는 평생 건강검진을 받아본적이 없다고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의사도 해석하지 못하는 유전자 검사

현재 유전체 연구에서 발굴되는 다빈도 질환 위험 유전자의 질병 설명력(유전자가 병의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은 5퍼센트 이내인데, 5퍼센트 정도만 되어도 매우 큰 발견이라고 영향력 있는 학술지에 실리고 뉴스에도 나온다.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질병 진단 정밀 검사와는 멀어도 한참 멀지만 그럼에도 매일같이 신문의 과학 단신 란에는 ''00질환의 새로운 유전자가 밝혀졌다.''라는 기사가 실린다.

일반인들에게는 유전자 검사로 모든 질환을 진단할 수 있을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충분하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위험.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양측 유방 절제술을 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졸리의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는 인종에 따라 확률이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유방암 환자 전체를 놓고 보면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의 양성률이 매우 낮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 이 유전자 돌연변이의 확률은 2.8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자의 유용성이 애매해 검사 결과를 받고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도 정작 환자는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오히려 잘못된 인식만 생길 가능성이 높다.

단일 유전자도 이렇게 혼란스럽다면 수천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는 유전체 검사는 어떨까?

유전체 검사는 전문가도 분석할 수 없어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분석을 의뢰해야 할 정도의 복잡한 데이터가 나오고 담당 의사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유전자 검사는 후성유전자라는게 튀어 나오고 부터는 유전자 검사 자체가 별 의미 없게 되어 있다. 기본 유전자 위에서 후성유전자의 발현이 이루어져야 질병이 생기는 것인데 이리되면 기본 유전자는 별 의미 없는 것이되고 후성유전자는 아직 전인미답의 구역이다. 유전자에 대해 온갖 속설이 난무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게 하나도 없다.


나의 전문 연구 분야는 골관절염이다. 일명 퇴행성 관절염이고도 불리는 이 병은 할머니들이 무릎을 짚으며 절룩거리는 이미지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해마다 연구비는 타야겠기에 시류에 맞는 연구 과제들을 제출하면서 연구의 활용 방안 란에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근거를 제공하여 10조원 규모의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는 것'' 이라며 허풍을 떤다.

연구비를 받으면 감사히 쓰기는 하지만 내가 하는 연구가 이 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은 몹시 쓰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연구(신약개발과는 거리가 먼)를 하겠다고 하면 연구비를 받을 수 없다.


퇴행성관절염은 무릎 연골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질환이다. 

(*퇴행성관절염이란 존재하지 않는 질환이다. 저자도 눈치를 채고 있다. 이런것 때문에 저자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

수만 년 진화의 역사를 역행해서 무릎 연골에 무슨 마술을 부려서 퇴행성관절염을 고치겠다고 연구비를 신청하는 나 자신이 우스워졌다. 그러고 몇번은 완전히 다른 연구 과제를 써서 냈다가 연거푸 미역국을 먹고, 신념은 멀고 먹고사는건 당장인지라 할 수 없이 다시 ''손상된 연골을 회복시켜''로 복귀해서 연구실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는 중에도 세상은 희한하게 돌아갔다. 많은 환자가 무릎에 연골 주사(연골을 보호하는 효능이 입증된 적이 없는)를 맞고 다녔고 연골을 재생하려고 몇백만 원 주고 줄기세포를 맞았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고혈압도 대학 병원에서, 무너진 의료 전달 시스템

''아니, 혈압 때문에 대학병원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동네 내과부터 가야지.''

''글쎄, 집 앞 내과에 갔더니 큰 병원 가라 하던데.... 의뢰서도 받았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제 동네 병원에서는 고혈압 치료도 못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내과 개인의의 주 수입원이 마늘 주사, 신데렐라 주사, 비만 클리닉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지 꽤 되었다.

피부 미용 시술이 주 종목이 된 결과 피부과 개원의가 피부 질환을 진단하지 못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내과까지 이 지경이 되었나 보다.

''동네 병원 가면 약도 길게 안 주고 믿음도 안 가요''

''선생님이 계속 저 봐주시면 안 돼요?''


*참으로 눈물나는 이야기다. 대학병원 다니는게 자랑이다. 죽어도 대학병원이다. 좋은 병원과 좋은 의사가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 자들이 있다.


인간의 행복을 위협하는 의료의 문제를 말한 이반 일리치의 명저 '병원이 병을 만든다' 가 출간되고 거의 50년이 지났다. 이후 현대 의료는 그가 보았다면 정신을 잃을지도 모르는 혼란상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나는 그런 현대 의료의 한가운데 서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료와 연구에 몰두해온 의사의 입장에서 주로 기술, 그리고 사회적인 부분을 살피며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너무나 많은 이익 주체들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글을 써놓고, 출판에 앞서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것, 생각하고 있던 것의 절반도 말하지 않았지만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직책상 이런글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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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은 왜 독이 든 성배가 되었나 - 한 역학자의 코로나 난중일기
이덕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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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걸리면 걸릴수록 좋은것인데 이걸막는 이유가뭐징? 감기가오는 이유는 내몸에청소해야될 쓰레기가많아 발열이필요한 상황이라 오는것인데 이걸해열제로 막아버린다? 이게 미친의학이 아니면뭔가! 정신병자들이 운영하는 현대의학과병원들.정신병자가 교육시키고 정신병자를 배출시키는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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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습관이 끝까지 간다 - 의지나 열정은 필요 없다 단순한 반복이 단단한 인생을 만든다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장은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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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중간까지는 괜찬으나 끝에 건강검진을 받을것 사소한 수치도 신경쓸것 이것으로 인생끝입니다. 인생의부귀영화 가족들 자손들 주변인간관계들 불구되어 병원에 10년누워있으면 이따위 것들은 사라지고 악만남습니다..멍청하든지세상보는눈이모자라든지..빌개처럼 얼굴마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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