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1장 - 개정판
윤봉선 글.그림 / 여우고개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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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실시간검색 순위에 나태주가 보이길래 시인의 이름이 오르는 일도 드물지만, 혹시 누구처럼 추문일까 걱정하며 기사를 읽으니 동명의 가수였다. 그러고 보니 유명 트로트 곡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발차기와 공중돌기를 쉴 새 없이 이어가는 광고 속에서 본 인물이었다. 태권도 품새 선수로 세계 대회 랭킹 1위였다는 문장을 읽으니 그제서야 태권도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에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가 없기도 하/했지만, 동네를 누비는 태권도장 셔틀 버스를 숱하게 보면서도 무심했다. 태권도 대회라고 하면 머리에 보호구를 쓰고 체급을 나누어 발기술을 겨루는 종목만 떠올리는, 품새 대회가 있는 줄도 모르던 이가 나 하나뿐일까?

표지를 채운 청량한 연파랑색에 ‘얍’을 발음하는 아이의 입 모양이 더해지니 덩달아 가슴이 트인다. 국기원 영상을 보니 작가가 단순히 밝고 활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선택한 색이 아닌 듯하다. 태극 1장은 팔괘 중 ‘건(乾)’ 즉, 하늘과 양(陽)을 의미한단다. 아래 막기, 지르기, 안막기, 올려막기, 앞차기 동작들이 매끄럽고도 강단 있게 이어지는데, 수행 시간은 대략 45초 정도다. 단순한 맨몸 동작이지만 정확하게 구사하려면 반복은 기본일 것이다. 책에서는 반복이 얼마나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인지 내보이지 않는다.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캐릭터를 보며 내내 웃다가도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 울게 되는 건, 반복의 괴로움과 반복만이 만드는 성취감을 알게 된 어른인 탓이다.

일곱 캐릭터가 돌아가며 왼쪽 페이지에서 핵심 동작을 선보이고, 오른쪽에서 남은 캐릭터들이 따르는 구성이다. 왼쪽은 한 캐릭터를 크게 그리는 대신 외곽선을 생략했고, 오른쪽에서는 작게 여럿을 일렬로 배치했는데 검은 윤곽선을 그려 동작이 선명하다. 왼쪽에서는 품새명을 기백 있게 외치고, 오른쪽에서는 분주한 반응을 다양한 목소리로 적어 균형을 맞췄다. 여기에 개성이 드러나는 이야기까지 엮었다. 무대에 아이들이 많아도 내 새끼만 보인다는데, 한 캐릭터만 쭉 따라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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