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코, 네 이름 -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너에게
구스티 지음, 서애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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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코와 아빠의 나날을 아빠 구스티가 썼다. 책배를 튕기며 후루룩 넘겨보니 책등처럼 내지도 알록달록하다. 파리 한 마리가 야무지게 짐을 꾸려 떠난 럭셔리한 휴양지가 알고 보니 변기였다는 <파리의 휴가>를 쓴 작가답게 웃음이 터지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지의 아이가 말코다. 말코가 했지 싶은, 말코의 M으로 짐작되는, 낙서를 배경으로 손가락에 퍼펫을 끼우고 익살맞은 표정으로 서 있다. 콜라주로 표현한 몸을 가만 보니 말코의 상반신에 불쑥 어른의 무릎 아래가 합쳐진 모습이다. 접어 올린 바짓단이 튼튼한 워커 부츠를 강조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인 말코는 근육이 약해서 “저절로 모래주머니처럼 풀썩 쓰러”지지만, 아빠의 구두, 엄마의 샌들, 형 테오의 운동화 신기를 좋아한다. “두 발로 땅을 단단하게 딛고 싶어 하는” 거란다.

만화, 인터뷰, 일기, 편지, 드로잉, 앨범, 보고서 등 다양한 형식이 재기발랄하지만 단숨에 읽어내릴 수가 없다. 말코를 처음 보고 튀어나온 말이 ‘맙소사’였다는 고백부터 멈칫. 왜 안 그렇겠는가. 죄책감과 원망, 인정과 체념, 슬픔과 기쁨 등이 수시로 들락거리니, 독자도 공명하게 된다.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너”를 바라보는 아빠의 고통, 바닥나는 인내심을 호소하지만, 침몰하지 않는다. 엄마와 말코의 형이 처음부터 의연했다. “바깥 세상으로 나오기 바빠 염색체 수를 제대로 헤아릴 겨를이 없었을 거예요.”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3개인 것이 원인이다.) 말코도 놀이를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고 있다. 다운증후군 자체가 완치라는 낙관은 없지만, 그렇다고 비관에 붙잡힐 수 없다. 말코를 그대로 인정하고, 말코와 아낌없이 사랑을 나눈다. 상동 행동도 유머러스하게 적고 있다. “이 놀이는 몇 시간이고 계속되니 신중해야 해요.”

2014년 6살이면 올해 11살이겠구나. 아빠와 기타를 뚱땅거리며 아빠를 닮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보컬 사운드에 심취하겠지. 무조건 받아들임, 이것이 바로 사랑임을 노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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