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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김문주 옮김, 박재연 감수 / Pensel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문학 거장들의 여행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책이라니, 매일 무슨 글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는 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보게 된 책 <작가의 여정>입니다. 글감 얻기 위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사심을 한가득 품고 이 책을 펼쳤는데요. 단지 글을 쓰기 위해 떠난 평화롭고 쉼이 있는 여행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여행이 아니라, 창작의 본질과 작가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의 여정>에는 세계적인 작가 35인의 여행 여정을 담고 있어요.
사실 저는 모르는 작가가 더 많습니다만 읽다 보니 작품의 제목은 알고 있는데 작가의 이름을 몰랐던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휴가를 즐길 때 작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지만, 작품을 빚어내는 신으로서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다. 루이 14세가 화장실에서조차 왕인 것처럼, 작가는 언제나 작가다."
쉼을 위한 여행에서조차 작가는 작가로서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는 걷다가 누군가 떠올랐을 때, 물병의 물을 쏟아 책이 젖었을 때도 그것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작가의 여정>에서 만난 첫 번째 거장,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입니다.
덴마크 사람인 안데르센이 이탈리아에서 소설가가 되었다니, 안데르센은 동화 작가로 그의 작품들은 너무 익숙한데요.
안데르센이 떠난 이탈리아로의 여정을 지도를 보며 따라가 봅니다.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안데르센은 부유한 팬들로부터 경제적인 뒷받침을 받으면서 외국에서 장기 체류를 시작하는데요. 그중에 이탈리아에서 9개월을 보냅니다. 이탈리아는 <즉흥시인>을 쓰기 시작한 곳이고,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은 이후 항상 꿈꾸던 나라이기도 해요.
안데르센에게 이탈리아는 단순한 여행지 그 이상으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깊은 감동을 준 장소였어요.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정체성과 창작에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답니다.
이탈리아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에게도 특별한 여행지인가 봅니다.
희곡 <파우스트>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익숙한 제목인데요. 괴테는 작가뿐만 아니라 철학자, 과학자, 정치가, 예술가로서 다방면에서 활동했다고 해요.
이 모든 것들과 그 외에 많은 일들 때문에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서 저 자신을 잃고 헤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홀로, 익명으로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이상해 보이긴 하나 저는 이 모험에 큰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작가의 여정, p.104
작가와 과학자로 활동하면서 바이마르 공작 부부의 추밀 고문관의 일까지, 과중한 업무로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까지 간 괴테는 휴가를 간청하고 가명까지 쓰며 은밀한 모험을 떠납니다.


<작가의 여정> 책에는 작가들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는 지도, 사진, 그림 같은 시각 자료가 페이지마다 풍부하게 들어 있어요. 덕분에 읽는 내내 마치 여행의 동반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인쇄 품질도 좋아 자료의 디테일까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괴테는 정처 없이 헤매기 위해 이탈리아로 갔지만, 그의 여행은 한 사람이 여행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새로운 목적의식을 얻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작가의 여정, p.111
작가들이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태어난 문학 작품들. 작가들에 따라 상황이나 여행의 계기가 달랐지만, 어쨌든 덕분에 우리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그 배경에 담긴 작가의 여정을 떠올리며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