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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포포프 - 잊힌 아이들을 돕는 비밀스러운 밤의 시간 ㅣ 다산어린이문학
안야 포르틴 지음, 밀라 웨스틴 그림, 정보람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평점 :
잊힌 아이들을 돕는 비밀스러운 밤의 시간 《라디오 포포프》
초등 고학년이 읽기에 좋은 신간도서입니다.
두껍지만 소설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소설책이에요.
주인공이자 잊힌 아이들 중의 한 명인 알프레드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늘 혼자인 아홉 살 알프레드, 부모로서의 책임도 역할도 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에 화가 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보호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등장한다니...
그렇게 옛날이야기도 아닌데 말이죠.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읽어간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외국 원작의 책들을 읽으면 뒷이야기를 쉽게 예상할 수 없어서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놓치고 가는 유머나 분위기가 있을 수 있기도 하겠지만요.
그림이 어두워 보이기도 하면서 강렬하고 이국적인 느낌이라 흥미로워요.
이야기가 더 기대되게 합니다.
아빠가 있지만 전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알프레드.
외롭고 배고푼 아이는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전에도 비슷한 상황의 어린이 소설을 읽을 적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방치된 아이들이 많은 건가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그러니까 나는 말로만 넓은 아파트에 아빠와 함께 살았던 거지,
실은 아빠가 없는 동안 이 거실과 침실 두 개, 부엌이 있는 곳에 보관된 셈이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이 그저 보관된 셈, 그곳에 놓여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빠는 무슨 일이 그렇게 바쁘길래 아홉 살인 아이를 그저 방치해 두는 걸까요.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길, 현실은 다르기를 바라며 <라디오 포포프> 책을 읽어 갑니다.
"잊힌 아이들."
슬픈 단어가 등장합니다. "잊힌 아이들."
어린이에게 큰 관심이 없이 살다가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어요.
더더욱 내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아이는 아직도 자라는 중이니 저도 아직 더 바뀌고 성숙해져가야겠지요.
자신의 아이를 잊고 산다는 것.
어떤 사연이 있는 게 틀림없겠죠.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다 하더라도 이해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과연 아이들이 누군가의 주의를 끌려면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구조의 건물에서 한숨을 쉬는 법을 알아야 하는 걸까?
나는 마음속으로 이런 질문을 하면서 조용한 길 위를 걸어갔다.
어른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지.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우리는 과거에서 왔다! 우리는 박물관 소장품이다! 전시된 옷이다!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p.108
다행히 잊힌 아이 알프레드는 아만다를 만나고 아만다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너무도 고맙고 친절한 어른을 만났어요.
아이가 보호를 받게 되니 웃으면서 책을 읽어 갈 수 있더라고요.
유머러스한 부분들도 등장합니다.
씩씩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힘이 나기도 하고,
그저 한숨만 쉬던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도 발견합니다.
마음 무거운 현실이지만, 특별한 상상을 더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실존 인물인 라디오 초기 개발자 포포프,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가 연결되는지 작가의 상상력 정말 대단합니다.
'잊힌 아이들'을 위한 비밀 라디오 방송 <라디오 포포프>
우리가 못 듣는 동안에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