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아무런 인연이 없는 작가였는데 리디북스 50 대여 이벤트를 끼어있던 작가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유일하게 대여 받은 책들 중에서 독서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는 그녀의 사람을 현혹시키는 문체,필력과 비교적 짧은 소설이라는 장점이 있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얼마나 되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는 이북 단말기 기준으로 그녀의 소설은 300쪽을 넘지 않는다. 이전에 읽었던 [살인자의 건강법] 그러했고 이번의 [적의 화장법] 100 남짓이었다.

 

사실 그럴 밖에 없는 것이 그녀의 소설은 대화체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건강법] 작가와 기자의 면담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지적인 대화들의 연속으로 이어졌었는데 [적의 화장법] 보다 훨씬 더하다. 몇몇 행동 묘사를 제외하고 소설 전체가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들의 대화는 편으로는 콩트처럼 보이지만 강렬한 지적 인용과 철학적인 의문, 강렬하고 충격적인 과거의 단편, 적나라한 개인의 파멸을 드러낸다.

 

스토리 라인 자체는 [살인자의 건강법]처럼 살인,과거,진실 등의 자극적인 소재가 잔뜩 어우러져 있고 반전 자체도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본 나로써는 굉장히 별거 없는 내용이지만 아멜리 노통브는 이러한 전제를 싸구려 대중 소설로 만들지 않는 데에 의의가 있다. 연극적이지만 그들이 하는 대화의 부분 부분은 유명한 문학 작품과 철학, 성서의 인용이며 대화의 방향은 주제에 전혀 어긋나지 않고 천천히 결말을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간다. -이에 반해 니시오 이신 같은 작가는 얼마나 쓸데 없는 농담으로 지면을 낭비하는지!- 그녀는 작품의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부터 이미 사건의 파국을 예언한다. '제롬 앙귀스트' '텍스토르 텍셀'. 사람의 이름은 이미 대화의 끝을 암시하고 있는 바가 있다. 그리고 다소 비상식적인 대화의 요구와 텍셀의 비상식적인 행동, 그리고 그가 이야기 하는 '' 통해 작품의 그로테스크 함은 더욱 해진다.

 

제목의 풀이를 해보자. 하필 '적의 화장법'이란 말인가? 중에서 확실히 제목의 단어들이 언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감이 잡히는 느낌이 있기는 하다. [화장법]이라 함은 얼굴,몸을 꾸미는 방법이라 있다. 그러니 본질적으로 보자면 이는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가리는 방법이 것이다. 공격적으로 말하자면 [위장법] 되겠지만 노통브는 단어를 선택하지 않았다. 직설적인 단어의 선택보다는 화장법 쪽이 부드러워 보이고 해석의 여지가 넓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장과는 다르게 화장은 '자신을 드러내는 목적'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텍셀이 자신을 제롬 앞에 드러내려 애를 써왔던 대화의 흐름이 일종의 [화장법]임을 있다. 그리고 앞에 나온 ''이라는 단어도 중요하다. 단어의 최초 등장은 텍셀이 고양이의 밥을 훔쳐먹는 묘사에서 등장한다. 적이라 함은 우리가 외면적으로 느끼는 적이 아니라 내면의 적이다. 텍셀에 털어 놓는 살인의 묘사도 직접적인 강간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전부 내면적으로 행해져 있었다. 상대에 대한 저주-텍셀은 이를 살인이라 이야기 했다-, 음식에 대한 갈망. 그런 면에서 이야기 속에서 행동으로 옮겨진 '강간' 대해서 노통브는 의심의 여지를 열어놓았던 셈이다그리고 적이 '내면의 '이라는 이야기는 결국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대화의 의미를 다시 재조명 하게 해주며 '텍셀' 접근 의도를 유추하게 해준다.

 

짧은 책이므로 읽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많은 사람들이 쯤은 읽어 책인 하다. 그녀 고유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하지만 나는 그녀의 광기 어린 묘사, 자극적인 스토리라인이 맘에 든다. 아마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느낌을 추구하지 않을 싶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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