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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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고 돌아왔다. ...시도는 좋았으나, 벌여 놓은 것이 많으면 여러개는 망치는 법이라고 누가 그러던가.  시험 위주로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핑계임) 합격자의 명단에 이름을 들이밀 수는 없었다. 재시도의 여지는 일단 뒤로 미뤄두고,  반만년 한국사를 돌아보면서 배운것은 있었다. 3월 초에 처음 한국사를 공부하려고 했을 때는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찾아보고, 그의 역사 교과서를 찾아 읽었다. 복습에 철저한 사람은 아니라서 그 과정이 시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그 시도가 단단한 인문학적 뿌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경기대 등교하는 와중에 버스나 지하철을 오가면서 전자책으로 읽었다. 채사장이라고 팟캐스트 방송으로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인데, 다른 저서로는 지대넓얇이라는 방송과 동명의 책이 있다. 지대넓얇 책에 대해서는 읽어볼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느낌의 -지적 대화는 딱히 모르겠고 그냥 일단 넓고 얇게 알려주겠어-인 책일까 겁이 났던게 이유였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 이 책도 호불호는 갈리는 듯 했다. 호불호의 이유는 이 책에서 말하는 '시민의 교양'을 독자가 이미 알고 있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아마도 우리같은 대학생에게는 고등학교때 문과를 선택했는지, 이과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결정이 날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이과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니까.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독자를 꼽으라면 나 같은 이과생들, 그리고 정치,사회 분야에 전혀 일가견이 없던 사람들을 고르겠다. 설령 대학교 강의로 이런 내용의 교양 강좌를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허나 위에서 말한 독자에 포함 된다면 이 책은 읽어 두는 것이 좋다. 어찌됬건 '시민의 교양'에서 다루는 건 우리 같은 인문학 초보들을 위한 강의이고 이는 좀 더 세상을 넓게 보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이 책은 일곱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그리고 미래이다. 그리고 이 각각의 파트에서는 귀엽게 봐줄만한 손그림과 알맹이 같은 설명들로 인문학적 주제를 다룬다. 이는 대체적으로 사회에 대한 설명이며, 우리 나라의 현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는 대체로 이분법 적인 사고를 부여하는데, 세금 같으면 직접세냐 간접세냐 , 자유 같으면 소극적인 자유를 갖겠는가 아니면 적극적인 자유를 갖겠는가이다. 교육 파트를 읽고나서 느낀거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일반화의 여지가 있으나 지식에 대한 습득으로는 굉장히 효율적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어떠한 종류의 시민이며 어떠한 국가, 어떠한 자유, 어떠한 정의를 원하는 지 판단할 수 있다. 반대편 쪽 사람을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일만 없으면 이러한 이분법은 자신의 세계를 확립하는데는 좋다.


어디까지나 안내서의 목적에만 충실한 책이지만, 여기에 한국사 지식이 더해지면 좀 더 감정적인 중화가 일어난다. 중요한건 우리가 시민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다퉈왔던 과정을 인식하는 것이다. 굳이 고조선까지 되돌아가서 8조법을 뒤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시민으로서의 자주성을 얻는데는 긴 역사에 비해서는 굉장히 짧은 기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는 시민의식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온 다른 나라의 역사보다는 짧을 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의식의 발전을 위해 흘린 피가 차가워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시민으로서 사회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설립되어 왔는지 관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여기, 보통 사람으로서 우리가 현실에 있을 수 있게 해준 이들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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