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출간되었던 책을 왜 이제서야 읽게 되었을까. 조은, 정말 대단한 필력이다. 한문장 한문장 가슴으로 커다란 울림이 전해졌다. 독신으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대해, 삶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번뇌에 대해 어느 누가 그처럼 완벽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페이지밖에 안 되는 산문집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 행간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이 책을 담당했던 편집자가 신경숙씨에게 했던 말, "요즘도 이렇게 뜨겁게 산문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어요". 과연 그랬다. 담담하게 삶과 마주하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는, 삶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기! 문장 하나하나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벼랑에서 살다"! 우리는 모두 매순간 벼랑에서, 아니 벼랑 끝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더 이상 혼자 벼랑끝에 매달려 있지 않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생에서의 모든 삶이 벼랑에서의 그것일 수밖에 없다면 오히려 혼자만의 그것이 아님에 감사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