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5박 6일간의 도쿄 여행. 너~무도 바빴던(?) 터라 여행을 떠나는 바로 전날까지도 여행의 전체 일정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나. 단지 도쿄를 간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그것만 기뻤다는 게 옳은 표현)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다. 모든 걸 10살 많은 언니에게 떠맡긴채.
사실 서울 생각만 하고 도쿄가 무슨 볼거리가 그렇게 많겠어? 하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사실 내가 모르는 서울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도쿄는 볼거리의 천국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나는 후회했다. 도쿄에 대해 공부 좀 해올걸, 일본 볼거리에 대해서 지식 좀 갖고 떠날걸 하는 후회와 조급함이 밀려왔다. 그때 일본에 있던 후배가 갖고 있던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몇 년 전 주변에서 종종 구입하는 걸 봤던 책. 하지만 워낙 일본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냥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다. 그런데 일본 현지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아무튼...
잊지 못할 나의 도쿄 여행은 동행했던 언니와 일본 후배들에게 겨울에 다시 만나자라는 말만 남긴 채, 끝이 났다. 서울에 오자마자 나는 이 책을 구입했다. 그전에는 그토록 흥미없던 일본의 사진과 이야기들이 이제는 내 마음을 다시 동하게 만든다. 현태준 이우일 씨의 배꼽 빠지는 유머의 세계는 물론,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도쿄를 보고 읽으면서 아쉬움은 더 커져만 갔다. 다음에는 꼭 가서 봐야지, 아 참 이것도 있었네, 직업상 여기는 다시 들려야 해 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흔들 하며 페이지페이지마다 밑줄과 별표를 해가며 읽었다. 특히 현태준 씨의 현장의 생생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생동감 있는 표현과 비유를 통해(특히 디러운 X 비유들과 그림들) 일본에게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었다.
또한 음악과 영화, 책에 대한 이우일 씨의 마니아적 성향은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내가 일본에서 발견하지 못한 세계를 발견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읽는 또 다른 기쁨을 맛보았다. 다 읽고 난 책의 상태는 낙서 투성이다.
현태일 이우일 두 작가는 말한다. 준비해서 가지 말라고. 그냥 떠나라고. 그저 쉬라고. 이번 나의 여행 또한 아무런 준비없이, 그저 쉬고 싶고 머리를 하얗게 만들고 싶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떠났기에 더욱더 아쉽고 추억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이렇게 2007년 나의 여름은 빛났다. 그리고 끝났다. 또 다른 빛나는 세계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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