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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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웃음을 멈출 수 없다""그러나 감동은 잊지 않는다." <허삼관 매혈기>를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위화가 왜 대중적 인기와 문학적 평가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는 있지만, 아들 일락이와 아내 허옥란의 '일생일대의 최대 실수', 그로 인한 일락이의 출생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약간은 지리할 정도로 진행이 되서 책을 덮어버릴까 하는 실책을 범할 뻔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나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지도 모를 미래의 모습이 조금씩 교차되면서 허삼관에게 흠뻑 빠지게 되었다. 피를 팔아가며 살아간다는 것. 지금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머뭇거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늙은 허삼관과 젊은 혈두와의 대화 이후 허삼관이 스스로 독백하는 장면, 이 한 장면을 위해 위화는 지금까지 그토록 기나긴 이야기를 해왔음을 느낄 수 있다. 
 
"자기처럼 늙은이의 피는 살아 있는 피보다 죽은피가 많아 원하느 ㄴ사람이 없으니 가구에나 칠해야 한다고.... 사십 년 만에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피를 팔지 못한 것이다. 집안에 일이 생길 때마다 피를 팔아 해결했는데, 이제는 자기 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니.... 집에 또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집에 또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잊을 수 없다. 나의 돌아가신 아빠도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런 표정을 남기셨다. 나는 서서히 발끝에서부터 식어가는 아빠의 몸을 만지며, 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허삼관의 이야기는 내 아빠의 이야기였다. 
마지막으로 <허삼관 매혈기>의 번역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중국어를 알지는 못하지만, 번역을 통해 이런 위트와 웃음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은 번역서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다음 작품 <형제>가 벌써 책상 위에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작가의 같은 역자의 작품이라는 데 신뢰를 보낸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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