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서를 그다지 즐겨 보지 않는 편인데 서점에서 옆에 있던 한 여자가 어찌나 친구에게 이 책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던지 얼른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역시 입소문이 최고인 것 같다. 무엇보다 각 페이지마다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인 북디자이너와 편집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사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기도 하다. 요란한 장식이 많이 들어가 있는 책은 잘 구입하게 되지 않는 게 내가 책을 선택하는 약간의 기준이기도 하다. ^^

 

하지만 너무나 금세, 너무나 흠뻑 빠져서, 그래서 다음날 회사를 결근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했다. 장기여행자들의 인터뷰를 보다 보니 나는 한번도 '장기여행'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간 여행이라 하면 휴가 때 잠시 다녀오는 짧은 여행만이 내 머릿속에 존재했고, 그나마도 그것이 내 삶에 있어 커다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인터뷰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여행은 자신의 내면을 홀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설레였다. 내가 그 길에 함께 서 있는 듯했다. 몇 년 전 프라하에 갔다온 적이 있다. 그때 많은 여행자들과 함께 거리를 활보할 때 문득 내 시선을 멈추게 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프라하의 아침을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생활인의 그것으로 맞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여행자인 우리와 달리 슈트와 정장차림으로 서둘러 일터로 나가는 것 같았다. 순간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그들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겠구나 하는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그들을 잊고 그들 또한 우리를 잊으며 서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의 충격이란... 이 책의 저자도 처음 여행을 떠났을 때 똑같은 경험을 했나 보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10시간이 넘게 날아간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세상에 있다는 게 여전히 실감나지 않았다. 난 들뜨고 흥분했다. 26년간 살아온 내 땅은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내 앞에 문이 놓여 있다. 문은 열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내가 과연 열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한번도 열어보지 않은 문이기에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을 열어보기 전에는 문을 연다는 게 어려울지 쉬울지 알 수 없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건 내 앞에 놓인 문을 열고 나가는 일이다. 문을 열려고 부딪쳐본 사람은 문을 열려는 시도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항상 불완전한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제서야 삶의 문을 열어보겠다고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내가 어리석게만 느껴지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이미 깊이 술렁이고 있다.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순간순간 그 무언가가 나를 주저앉힐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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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2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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